[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주태백이 놀던 달아 / 조희선

조희선 승인 2021.02.01 01:42 | 최종 수정 2021.02.02 11:55 의견 0

주태백이 놀던 달아 / 조희선

꿈꾸듯 새벽이 열릴 즈음
하현달이 동으로 돋아날 때

전봇대 붙들고 갈 곳 묻는 사내의
흐릿한 눈동자에 뜬
눈썹마냥 가늘어진 조각달

화 등에 불 밝히듯 활짝 열려
언어의 화석이 되살아난 육성
우와 보름달이 떴다

행인조차 몸 감춘 거리에 
공허한 메아리가 길을 더듬고
길냥이의 소리 없는 발걸음만 부산하다

늘어진 고개마저 끌리는 뒤축에 담아
바짓가랑이 감긴 비틀걸음 행여 밟힐까 
납작 엎드린 어둠 찢어 

아이구 저 웬수 언제쯤 철이 들까
골목으로 스미려던 발목 붙들고
날 세운 음성의 달음박질

바랜 달빛이
고요히 내리던 이른 아침

<시작노트>
희부옇게 동은 틀 준비를 하는데
코비드가 무색하게 비틀거리는 주태백의
구둣발 소리는 이제야 처마 끝으로 향한다.
밤을 새웠나 저 아낙,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앙칼진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이른 아침의 풍경에 눈살 찌푸려지는 
개운하지 못한 어느 하루의 시작.

조희선

◇조희선 시인은
▶한맥문학에서 시 등단
▶서울문학에서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가슴 울리는 문학」 고문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