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인생이 생에게  / 조희선

조희선 승인 2021.01.20 18:57 | 최종 수정 2021.01.22 10:33 의견 0

인생이 생에게 / 조희선

그때 너의 입술은 패랭이 꽃잎 물들이고 
한숨인 듯 스치는 바람결조차 
한껏 찡그려 잡은 주름에 끼워 넣었어 

얼굴 가장자리에서 내려서던 바람은 
입술에 닿기도 바삐 얇게 접히더니 
혀끝으로 감기며 뒤틀린 심사 기어이 나섰다 

화사하게 치장한 색채로 가꾸고 싶었던 
꽃밭 짓이겨 붉게 피어오른 세월이 
휘익 흘러 가버렸다고 그러던 넌 

떠날 수 없다고 했었어 
돌아설 수 없다고 했었어 
미련을 덮어버린 억울함을 두고 갈 수 없다고 

달콤한 사탕 물린 채 
낭창한 회초리 온몸 휘감을 때 
허기진 눈동자는 왕사탕 집어삼켰다던 

욕망을 내려놓거라 
이루어질 수 없다 원망 말아라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란 걸 알았으니까 

엄마,
우리 엄마 눈이 반짝반짝 빛나네 
엄마와 아이가 무릎 마춤하던 
그 초롱한 순수가 정답이란다 

그것이 너였단다

ⓒ조희선

<시작노트>
누구나 첫 시작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했고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살아야 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도 
아름다운 것을 보는 눈이 사라지고 
악다구니의 인생을 걷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 본다. 
그기에는 환히 빛나던 지난 시간들이 
있었음을 드러낸다. 
이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려니.

조희선
조희선

◇조희선 시인은
▶한맥문학에서 시 등단
▶서울문학에서 수필 등단
▶한양문학 정회원
▶「가슴 울리는 문학」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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