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냉이꽃이 피었다 - 김종숙
Leeum
승인
2022.03.30 10:46 | 최종 수정 2022.04.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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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이 피었다
김종숙
비 그치자 손톱만 한 이파리에
냉이꽃이 피었다
댓잎에 떨어진 물먹고
올망 졸망 달래옆에 숨어있다
먼 훗날
누가
여기
찾아오면
냉이꽃 속에 숨어버릴란다
낭송,노래 -스타리 / 연주 라빵 bgm-봄이 오는 길 / 영상 leeum
<시작노트>
겨울은 깊을수록 갈증이 심해
그리움이 지칠 때쯤 정겨운 봄날이 안겨들어 반긴다
작년 가을
문학기행에 산길을 내려올 때
내가 살아있는 세상에서
줄어드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제비꽃 무덤을 보며 알게 된 순간
나도 늙었다는 것을 알았고
올 삼월에 눈이 내려 새순이 얼었고
상처를 씻어내듯 비가 내렸고
질펀하게 펴놓은 봄 햇살 맞으며
그 사이 씨앗 열고 나온 여린 냉이가
밭고랑에서 수군거리는 것을 보았다
대숲 아래 향기로운 냉이꽃 앞에
달래가 엎드려 기도하듯 숨어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이런가
내 안에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머물다 갈 것이다
바람 한 점 헤집고 당신 또 들어왔다
◇Leeum 김종숙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
▷서울시인협회 주관 '윤동주 신인상' 수상(2022)
▷『문예 마을』 시 등단(2020)
▷『시야 시야 동인』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강동 문인협회』 회원
▷동인지 《여백ㆍ01》 《여백ㆍ02》 출간
▷대표작 《별들에게 고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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