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석
승인
2018.11.18 19:00 | 최종 수정 2018.11.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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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에서 강사는 대략 45%의 강의를 책임졌다고 했는데, 강사의 임금은 전체 예산의 1.2%라고 한다. 강사법이 도입되면 비용이 0.3%의 상승한다는 것. 그런데 경직성 예산이다보니 이를 수용할 수 없어서 강사를 줄이고 졸업학점도 줄일 계획이라 한다.
나는 중앙대의 입장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중앙대의 처사를 보면서 대학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대학의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옹호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특히 어떤 이들은 학문후속세대를 위해서라도 강사법은 통과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분들에게 강사법으로 인해 학문후속세대가 망한다느니, 대학원이 망한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걍 마음 속으로 간직하시고 학교 행정에 열심히 동조하시면 된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강사들이 재임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후속세대들이 강의할 기회는 줄어들고 대학원 유입이 힘들어져 학문후속세대가 끊긴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위의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학은 학문후속세대를 위해 0.3%의 예산도 추가로 쓸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학강의의 45%를 맡고 있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졸업학점을 줄이고 대량강의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그대로 수긍한다. 이런 전제를 수긍하면서 학문후속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나 같은면 차마 부끄러워서라도 그런 주장에 동조하지는 못하겠다. 차라리 대학에게 0.3%의 예산이라도 증액하라는 요구하겠다. 설령 내 연구보조금이 조금 깍이더라도 말이다. 그 정도 해서 학문후속세대 유지할 수 있다면 그까짓것 못하냐고 대학을 향해 한마디 하겠다. 아니면 대학발전을 위한 기부금을 조직하기 위해 학교의 교수들이 나서자고 제안해보겠다. 0.3%를 위해서 말이다.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학문후속세대 걱정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 논리에 동조하는 이들은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들도 이미 이 제도 즉 현재의 시간강사제도를 주어진 '자연'으로,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좋다. 그럴수도 있다. 학교의 입장을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나는 정부를 향해서라도 고등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강사-대학원생-민교협-사교협 등과 협력해서 연대의 전선을 만들자고 제안하겠다. 적어도 운동을 해온 사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학문 후속세대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 요구를 하지 못해, 0.3%가 아깝다는 대학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시간강사들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에 적응하라고 말하는, 정규직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심지어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동조하지 않는다고 자기 입으로 그렇게 비판하는 그 진보적인 교수들이 말이다. 이것이 오늘날 진보적 지식인의 모습이라는 데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 모두가 말하기 싫지만 모두 이 심정이라면, 그래서 현재가 지속되길 바란다면. 실질적으로 지식인운동은 끝났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상황이라고 해야 마땅하겠다. 주어진 현실이 가장 좋은 상태인데, 세상을 변화시킨다는게 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후쿠야마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역사는 종언'한 셈이다. 그 어떤 진보의 외피를 쓰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최후의 인간'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한 때 혁명을 이야기하던 교수라는 분은 자신이 맡아야 하는 강의가 늘어났다고 투덜거렸다. 똑똑한 머리에 불교의 중용을 배우고 나서 깨우친 바가 정말 크셨던지 이후 들어올 대학원생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시간강사제도는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고백했다. 자신에게 편한 것이 중용의 핵심인지는 나도 최근에야 그분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의 책이 아니라 그의 행동을 통해서. 물론 그의 표현대로라면, '시간강사들이 짤리는 것이 걱정되어 하는 말'이지만 말이다.
<부경대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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