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당에 침묵하는 진보지식인들
남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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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16:03 | 최종 수정 2018.12.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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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김영삼 정부시절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다가 노동운동의 저항에 부딪혀 좌초된다. 이른바 96년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이다. 그 이후 김대중 정부는 IMF를 빌미로 김영삼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법 개악을 올롯이 실현한다. '민주진보세력'들의 참여를 통해. 심지어 민주노총 지도부조차 이에 사인하기도 한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발전협력기구에 소속된 국가들 중 불평등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가 되었다. '빛나는 업적'(?)이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는 탄력시간근로제 기간 연장 추진, 규제프리존법 법제화, 서비스발전기본법(의료민영화의 길) 개정작업을 마쳤다. 최저임금법 산입범위를 변경시킨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아래 내용을 보면 단협기간 연장(2년에서 3년), 분규사업장 점거 금지를 입법화 한다.
분규 사업장 점거는 지금도 합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특정 집단행동을 지목하여 금지를 입법화 하는 것은 그 처벌 잣대를 대폭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노조의 파업투쟁 시 점거농성을 하는 것은 관례이지만 이제 사업장 밖에서 시위를 해야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위에 언급한 법들은 자유한국당 집권 시절 모두 통과되지 않던, 사용자 측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법들이다.
민주당의 태도는 자유한국당 노선보다 훨씬 근본주의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부패한 패거리 정치를 했다면 민주당은 자본가계급 일반의 이익을 실현하는 정권이라 해야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정작 자본가계급 정권은 민주당인데 자신들만 수구세력이라고 오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용자 측(자본가계급이라고도 한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노동법 핵심법안들이 통과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 전통을 이어 사용자 측에게 유리한, 혹은 사용자 측이 요구한 법 개정을 확고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자본가계급의 정권임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지가 공공부분 비정규직 사업장이었다. 청와대에서 일자리 도표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보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의 증가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친화적인 개혁은 무(無)로 돌렸으며 오로지 자본친화적인 개혁만 급진화되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다문화주의를 수용하고, 학생인권을 증진시키고, 민주화 교육을 확산시키고, 삶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등 자유주의적 개혁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보수주의와 맞서는 것이지만 '자본가계급'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민주당의 얼굴에 딱 부합한다. 그 결과 노동의 힘은 약화되고 급진화되고 있는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최종심에서의 경제에 의한 결정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우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침묵하거나 옹호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민주당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학회나 토론회에 가면 '마르크스'나 여타 '급진주의자들'을 인용하며 마치 자신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명세력처럼 떠든다. 그리고 민주당이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급진화 하는 입법에는 침묵한다. 이 놀라운 정신분열에 나는 때때로 어리둥절하다.
부산의 민주진영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저렇게 민주당 정부와 얽혀 있다. 부산의 '재야'들은 민주당의 친위부대쯤 된다. 민주당의 집권은 이들에게 호시절을 약속한다. 부마항쟁 재단이 만들어지고, 이런 저런 인사들이 시정부와 중앙정부에 참여하고, 민주시민교육이 확대되고, 다양한 일자리들이 제공된다. '민주세상-자유세상'이 온 것이다. 그 민주세상은 또한 자본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자유주의 세계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부경대학교 SS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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