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석
승인
2018.12.22 09:26 | 최종 수정 2018.12.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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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이 공정경제, 혁신으로 이름으로 소비되는 한국의 현실은 참으로 신기하다. 우버식 플랫폼 노동으로 수익을 얻는 집단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뿐이다. 공유서비스로 그나마 수익을 보태야만 하는 노동자 가구, 실업자 가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상태에서 얻는 '조금의 소득'이다.
한국의 택시서비스 체계는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 한국의 택시비는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택시 노동자들의 지위는 매우 열악하다. 이런 상태에서 우버 카풀의 도입은 가난한 자들을 가난한 자들과 무한경쟁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버 카풀을 허용하려 한다. 그 이유는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 때문이다. 저소득 가구들이 푼돈이라도 벌 수 있도록 하고 정부로서는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서 좋다. 고용 지표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당장에 조금의 수익이라도 늘어나면 그 노동에 참여하는 가구의 노동자, 혹은 실업자는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열악한 지위의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한다.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도적으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택시서비스는 그런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서비스 노동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버의 도입은 그나마 있던 장벽(총량제한)마저 허문다. 공유경제의 이름으로 말이다.
우버서비스가 도입되어 소비자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이나 나의 실질소득이 상승한다. 그러나 그것은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며 이뤄지는 소득상승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대가로 우리가 저가 소매품을 소비하는 것이랑 같은 원리다.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통을 동반하는 약간의 소득 상승으로 우리의 복지는 얼마나 개선되는가?
우리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서비스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당한 가격 지불은 서비스노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진입장벽)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택시비가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는 그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존중이다 . 이것이 삶을 공존하게 하는 수단이다.
사납금 때문에 택시노동자들이 저임금 노동자가 된 것이가?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도시의 개인택시 노동자 역시 9시간-12시간 일해도 월 소득이 높지 않다. 이들은 사납금도 납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택시 총량 자체가 이미 충분히 크기 때문이다. 우버 카풀의 도입은 이런 상태의 택시 노동자들의 삶을 더 파괴할 것이다.
이것이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 기술혁신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일자리 변화라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되어 소비되는 현실이다. 이런 포장에 부화뇌동하는 것이야 말로 나쁜 일자리 창출, 아래를 향한 저임금-저소득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의 논리에 놀아나는 것이다.
우버 카풀의 도입은 기술적 필연성의 결과가 아니라 나쁜 일자리라도 만들려는 여당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임을 주지해야 한다.
<경성대 SS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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