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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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21:25 | 최종 수정 2018.12.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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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블룸버그 혁신 지표(2018 Bloomberg Renovation Index)에서 한국은 1위다.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중이 OECD국가 중 가장 크며, 1인당 특허건수도 가장 많다. 제조업 부가가치의 비중도 세계 2위다. 블룸버그 혁신 지표에서 한국은 최근 5년간 연속 1위다. 2000-2013 동안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 상승률, 총요소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큰 사회였다.
이들 지표의 값을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 삼성이다. 연구개발투자액, 하이테크 산업 집중도, GDP 대비 제조업 비중, 특허출연 건수 등 거의 모은 영역에서 삼성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재벌가 삼성은 혁신적이지 않고 부패한 기업이 아니라 혁신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기업인 동시에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기업이다.
우리는 가끔 삼성이 불법을 많이 저지르고 권력에 있는 여러 집단들을 매수하기 때문에, 특히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나쁜 놈이고, 나쁜 놈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윤리적일지 몰라도 분석적이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무지막지한 능력과 악함을 동시에 지닌 기업집단이다. 그걸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재벌체제는 족벌경영으로 인해 무능하다는 비판을 많이 하지만 재벌체제가 그 자체로 경쟁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벌체제는 제조업의 응집적 발전에 매우 효율적인 동원체제를 지니기 때문이다. 기술확산, 공급라인의 확보, 신속한 의사결정에서 재벌체제보다 유용한 것을 찾기 어렵없다. 한국보다 더 빨리 성장한 국가가 없었다는 점만 보아도 그런 재벌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생산성 상승률도 여전히 가장 높다.
상속문제의 출구를 마련해주고 대신 사회적 역할을 강제했다면 삼성이 저런 무리를 두었을까 생각해본다. 경영권 상속이라는 지상 최대의 과제로 인해 저런 문제가 계속 유발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물산 합병 때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재용이와 정의선의 경영권을 박탈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일까? '정의를 실현했다'는 뿌듯함 말고 말이다. 그 뿌듯함이 한국 경제를 보다 더 좋게 만들까? 여전히 의문이 든다.
<부경대학교 SS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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