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89)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진짜 집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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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13:14 | 최종 수정 2020.07.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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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 8.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진짜 집
나는 춘추시대 때 공자의 원시유교가 아니라 송나라 때 주희의 주자학을 받아들여 더욱 공론적 형이상학으로 승화시킨 성리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허상적 이념에 사로잡혔던 조선의 사대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해남군에 와서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조선시대 선비들 중 한 명을 더할 수 있었다.
어초은(漁樵隱) 윤효정(尹孝貞 1476~1543).
그를 각별하게 여기게 된 것은 그의 호 덕분이다.
노비나 하인들 일인 고기잡고(漁) 땔나무(樵)를 장만하며 은거하며 산다는 뜻이다.
양반들은 무위도식했었을 때다.
그의 호대로 그는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거부였던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부를 제대로 썼다.
마을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 옥에 갇혔을 때 곳간을 세 번이나 털어 구제했다.
그는 좁게 기획창의하기보다 널리 자연순응했다.
그가 살던 녹우당(綠雨堂)이 덕음산 아래 자리잡았다.
500년 넘게 이어온 집이다.
후손인 윤선도(1587~1671)와 윤두서(1668∼1715)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실제로 그의 후손이 저 집에서 살고 있다.
참 뜻깊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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