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93)장끼 덕분에 쓰게 된 라틴어 명구

이득수 승인 2020.07.30 19:04 | 최종 수정 2020.07.30 19:12 의견 0
진짜(Real) 깃털펜으로 쓴 라틴어 명구
진짜(Real) 깃털펜으로 쓴 라틴어 명구

일곱 – 12. 장끼 덕분에 쓰게 된 라틴어 명구

며칠 전 해남에 있는 녹우당 앞길에서 숫꿩의 꼬리 깃털을 주웠다.
기타 공명통 안에 넣어 고이 모셔왔다.
영화나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깃털로 펜 글씨를 쓰기 위해서다.
드디어 난생 처음 깃털로 글씨를 썼다.
만년필용 녹색 잉크를 찍었다.
깃털 끝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잉크가 조금 들어간다.
처음엔 굵게 써지다가 점점 가늘게 써진다.
서너 자 정도 쓸 수 있다.

볼펜이나 만년필처럼 잘 써지지는 않아도 그런대로 써졌다.
그냥 막 아무 글씨를 쓰다가 이렇게 늘상 쓰던 옛날 사람 흉내를 내고 싶었다.
이왕이면 고대 로마시대 사람들이 쓰던 것처럼 라틴어로 썼다.
이런 것도 평소 안하던 짓이니 기획창의라 할 수 있을려나?
유명한 라틴어 명구들을 찾아 그 중에서 맘에 드는 걸 골라 썼다.
맨 마지막에 쓴 게 제일 끌린다.
In Vino Veritas. 술 속의 진리!
어느 숫꿩이 자기 몸에서 떼어 준 선물로 라틴어를 쓰게 되었으니 호사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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