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명호의 몽설(夢說) - 오소리

박명호 승인 2020.09.21 16:51 | 최종 수정 2020.09.21 16:55 의견 0
ⓒ정응수

이상한 아파트에 갔다.
그 아파트에는 오소리굴이 있다.
그곳은 남자들이 저녁이 되면 집을 비우기 위해서 모이는 곳이다.
마누라 눈치 때문에 쫓겨나 오소리처럼 웅크린 채 그 굴로 모여든다.

그곳은 늘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오소리를 잡을 때는 오소리가 있는 굴에 연기를 피우지만
그곳에 남자들은 연기 속에서 그저 가만히 웅크리고만 있다.
연기를 위안 삼는 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연기에 꼼짝 못하는 오소리 같다.

<그림 = 정응수 작가>

정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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