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명호의 몽설(夢說) - 내 물건이 없어졌다!
박명호
승인
2020.09.05 19:38 | 최종 수정 2020.09.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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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 구석에 완전 누드로 앉아 있다.
이른바 자유주의를 신봉한답시고 과감하게
‘뭐 어때, 남의 시선 생각 않고 사는 거지’ 하며 누드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뭔가가 불편하다.
집은 가까이 있었지만 옷을 다시 가지러 가기에는 용기가 서지 않는다.
다행히 카페는 어느 정도 어두침침해서 견딜만했다.
그래도 계속 구석에 쳐 박혀 있기는 답답했다.
마침 카운터 앞 테이블에 가까운 지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 쪽으로 다가가 우리 집에 가서 옷을 가져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그런데 같이 앉아 있던 여자 지인들이 내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앗차, 싶은 나도 얼른 손으로 급한 곳을 가린다.
그런데 가리기는 했지만 정작 급한 곳이 없다.
늘 달려있던 내 물건이 없어지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나는 민망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그림 = 정응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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