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응수
따스한 햇살이 베란다에 가득하다.
나는 베란다 한 쪽에 탱자나무를 심기 위해 괭이로 구덩이를 판다.
생각보다 바닥이 부드러워 잘 파였다.
모처럼 괭이질이라 나도 신이 났다.
한참 구덩이를 파다가 앗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깊이면 아래층으로 구멍이 날 것인데 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래층은 보이지 않는다.
그 구덩이에 나무를 심고 물까지 준다.
그런데 물이 내 오줌줄기처럼 가늘어지더니 점점 더 가늘어진다.
나는 용을 쓰지만 물은 똑똑... 끊어질 듯 애를 태운다.
<그림 = 정응수 화백>
정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