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명호의 몽설(夢說) - 교회 그리고 외로움

박명호 승인 2020.08.30 18:30 | 최종 수정 2020.08.31 15:52 의견 0

높은 첨탑의 낯익은 종소리가 은은하다.
부부들 끼리 팔짱을 끼고 환한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마치 연회에 참석하듯 교회에 온다.
모두 신분이 높은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냥 일층 반 지하 벤치에 앉는다.
설운도처럼 서민적이다.

교회에 사람들이 많다.
나는 주보의 헌금액수를 옛날 다니던 교회와 비교해 본다.
옆 자리 아줌마의 뚱뚱한 몸이 관능적으로 부딪쳐 온다.
그 아줌마는 광고란에 무엇인가 설명해 준다.
자리가 너무 푹신하여 불편하다.
언제부턴가 나는 다시 교회 마당 벤치에 앉아
고딕식 첨탑을 올려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간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집사람과 딸애는 본당 어딘가에 내 자리를 비워놓고 있겠지만
나는 마당 벤치에 그대로 앉아 있다.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온다.
교회를 나온다.
고딕식 돔으로 된 통로다.
통로는 길다.
그리고 적막하다.
멀리멀리 갔더니...
찬송가를 단소로 불면 무척 분위기가 날 것 같다.

<그림 = 정응수 작가>

정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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