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과학 인사이드 이 시간엔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다양한 과학 소재를 찾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엔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의 주요 의제인 인류세 논의에 대해 알아봤고요, 오늘은 어떤 내용을 들려주실 건가요?
--> 오늘도 지구와 관련된 얘기입니다. 그 전에 하나 물어볼게요,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Q2. 갑자기 훅 들어오시니까...? 지구와 비슷하게 태양 주변의 부스러기들이 뭉쳐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 그런 시나리오도 있긴 한데, 소수 의견이고요, 가장 강력한 달 탄생가설은 거대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입니다.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 Theia가 원시지구 가이아Gaia와 충돌했고, 그 충돌로 생겨난 부스러기들이 뭉쳐져 달이 생겨났다는 가설입니다. 오늘은 현재 달과 지구를 탄생시킨 거대충돌가설과 최근 이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Q3. 지구가 다른 행성과 충돌했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었네요. 그리고 그 충돌로 달이 탄생했다니 흥미롭습니다. 먼저 거대충돌설을 소개해주시죠?
--> 지구가 만들어진 지 약 1억 년 후인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 원시행성 테이아가 가이아와 태양 사이의 궤도를 돌다 목성과 금성의 섭동(중력 교란) 현상에 의해 중력 평형이 깨어지면서 궤도를 이탈해 가이아와 충돌합니다. 이 테이아는 반지름이 3000km로 화성 정도 크기였다고 해요. 지구의 반지름은 테이아의 배가 넘는 6370km 정도죠.
충돌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테이아의 몸체가 가이아와 부딪치면서 엄청난 열을 발생시켰겠죠. 테이아의 덩어리가 녹아 일부는 가이아의 일부가 되기도 했고, 일부는 가이아의 덩어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게 거대충돌설, 자이언트 임팩트 하이포시시스, 빅 스플래쉬의 내용입니다.
Q4. 옛날 지구에 엄청난 사연이 있었네요. 지구가 아직 어린아이일 때 일인데, 혹시 거대충돌가설의 증거가 있나요?
--> 있습니다. *지구와 달의 회전 방향이 같다. *달에 용융 상태의 표면이 있다 – 이건 충돌 때의 엄청난 열에 녹았던 물질이 모인 것이죠. *달은 크기에 비해 가볍다. 충돌로 무거운(철 같은) 핵은 지구에 합쳐지고, 가벼운 지구의 지각 부분이 뭉쳐졌기 때문. 달의 핵이 상대적으로 작다. *달과 지구의 암석에서 측정된 안정된 동위원소 비율이 동일하다. 이는 달과 지구가 공통의 기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죠.
물론 거대충돌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근거들도 있죠. *충돌이 사실이라면 충돌 때 발생한 엄청난 열로 인해 지구에는 마그마 바다가 생겼을 것인데, 현재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 또 금성도 지구와 비슷한 충돌을 겪었는데, 달과 비슷한 위성을 갖고 있지 않는 점도 거대충돌설을 의심하게 만들죠.
Q5. 거대충돌설을 지지하는 증거도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인데, 이번에 거대충돌설을 지지하는 연구가 나왔다니 학계의 관심을 받을 만한데요, 그건 어떤 내용인가요?
--> 개념적으로 이렇습니다. 테이아가 가이아와 충돌했다면 테이아의 핵 같은 무거운 물질이 가이아의 내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 신비한 테이아의 잔해를 찾았다는 겁니다.
Q6. 테이아의 신비한 잔해를 찾았다, 그게 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 그동안 과학자들은 지각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변칙적인 지진 활동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 왔습니다. 지진 활동의 속도가 이상하게 느린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프리카 구조판 아래에 있고 다른 하나는 태평양 구조판 아래에 있습니다. 이곳을 LLVPs, "Large Low-Shear-Velocity Provinces "대규모 저전단속도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외핵과 맨틀 사이입니다. 근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중국 상하이 천문대 과학자들이 이 퍼즐을 풀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가이아와 테이아의 충돌에 대한 일련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등 다른 결과들을 관찰했습니다. 여기에는 고해상도 충격 시뮬레이션, 맨틀 대류 모델, 광물 물리학 계산 및 지진 영상 등 복잡한 과정이 포함되죠.
그들은 거대한 충돌이 지구 구성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겼을 수 있다는 몇 가지 징후를 발견했는데 첫 번째는 지구 맨틀의 층화-상부매틀/하부맨틀 이죠. 현재 그렇게 돼 있죠.
두 번째가 바로 미스테리한 LLVP입니다. 연구팀은 직경이 수십 킬로미터의 테이안(Theian) 물질 덩어리들이 핵-맨틀 경계까지 가라앉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곳에서 그들은 모여 LLVP로 성장한 것입니다. 현재 수천km로 규모죠.
연구원들은 지구 질량의 약 2~3%가 테이아에서 왔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LLVP 물질은 지구 맨틀보다 밀도가 2~3.5% 더 높고 철분이 더 풍부할 것으로 계산됐어요.
Q7. 이번 연구팀은 거대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동안 미스테리였던 지구내부의 LLVPs‘대규모 저전단속도 지역’ 문제를 해결했고, 달의 구성성분이 왜 지구와 비슷한지에 대한 의문도 풀어줬네요. 문제는 LLVP 물질이 진짜 테이아의 물질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거죠?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인 방법은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연구팀은 달의 맨틀 조각과 LLVP지역 물질의 화학적 특징을 비교해 일치하면 LLVP 물질은 테이아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Q8.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까마득한 옛날에 다른 원시행성과 충돌했고 그 여파로 달이 생겨났다니, 한편으로 신비롭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끝으로 그 거대충돌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소개해주세요.
--> 그 충돌이 없었으면 현재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 충돌로 인해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계절이 생겨났고, 대기와 해양이 일찍 형성됐죠. 달이 생기면서 지구의 자전속도를 줄이고 기후가 안정화됐고요. 이런 환경은 지구의 대기와 해양이 일찍 형성돼 생명체가 생겨나고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을 제공했죠. 인류가 외계행성을 많이 발견했지만 지구 같은 행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지구처럼 어린시절 특별한 경험을 한 행성은 많지 않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지구는 그 거대충돌로 인해 생명이 번성한, 이 우주에서 특별한 행성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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