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 (22)현주랑 영화 본 87년 4월 어느날2

김신규 승인 2020.04.16 17:03 | 최종 수정 2021.12.05 16:56 의견 0
87년 4월 어느날 부산.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얘기 '백 투 더 퓨쳐', 저도 그때 재미있게 봤어요. 지금 만식이 이야기도 '백 투 더 퓨쳐'처럼 30여 년 전의 우암동 살 때 이야기로 돌아가네요. 

그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현주도 오버브릿지를 지나 좌천동 농방거리 근처의 시위 때문에 차가 멈춰서는 바람에 내려서 좌천동 지하철역에서 지하철로 남포동으로 갔대요. 만식이보다 조금 늦었는데 기다리고 있던 축 쳐진 어깨의 만식이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그렇게  측은하게 보일 수가 없더라고 하더라구요 . 여자는 그런 데에서 마음이 가는가 봐요.   

둘은 손을 꼭 잡고 영화를 보다 영화가 끝나자 극장 의자에 그대로 앉아 만식이 묻는다.  

현주야?
응!
우리는 30년 후 어떻게 되어 있을까?
글쎄, 아마도 중년이 되어 집에서 삘래하고 남편 밥하고 있겠지.
하하하. 그 남편이 나면 좋겠다! 
뭐라노? 꿈깨라!
와? 어때서 내가? 

극장 복도 안에는 밝은 햇살의 눈부심, 우루루 나가는 사람 그리고 공명이 되어 들려오는 우렁찬 함성이 가득했다. 

현주야!  이게 무슨 소리고 ?
만식아, 사람들 데모하는 소리 아이가?
빨리 가보자.
내 또, 잡혀 가는 거 아이가?
와, 겁니나? 
아니!  

우와!  사람들 좀 봐라.   

군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라훌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울라훌라
전두환ㅡ은 물러가라 
전두환ㅡ은 물ㅡ러가라
전-두-환은 물러가라 ㅡ!!"

"군부독ㅡ재 타도ㅡ하자 훌라훌라
군ㅡ부독재 타도하자 훌ㅡ라훌라
군부독재 타ㅡ도하자
군부독ㅡ재 타ㅡ도하자
군 ㅡ부독재!! 타ㅡ도하자ㅡ ! ! "

(현주와 만식은 극장을 나오며 블랙홀에 빠지듯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 서면에서 출발한 시민들은 부산진역을 지나 중앙동 그리고 남포동에 집결하였다.)

만식와 현주는 군중들의 노래 속으로 또 들어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ㅡ일
이 정성 다바쳐  통ㅡ일 
통ㅡ일을 이루자 
이 나라 살ㅡ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ㅡ일 ... 
   
노래를 같이 부르다 말고  현주가 만식에게 질문을 툭 던진다.
"만식아, 니는 이 많은 사람을 보고 뭘느끼노?"

야! 니가 그래 말하니까 선생님 같다!
현주 니는 뭘 느끼노?
나는 ... 
나는 있제  '착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만식이 니처럼 착한 사람 말이야.
진짜가!

니가 그래 말하니까  좀 기분 이상한데...
나는 왠지 잘 모르겠는데 착한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찡해온다.

뭐, 가 가슴 ...?    
야, 니는 좀 맞아라.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아, 야야 와 때리노! 아프다. 
남자란 다 그렇나?  
아야 ...

저쪽 앞으로 가보자! 
응 그래.
노래가 끝나자 어떤 사람이 마이크를 들더니,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애국시민 여려분 반갑습니다 !!   

저는 노무현입니다!!

김신규

◇김신규는

▷전업사진작가
▷우암동 189시리즈(2002~)
▷다큐작업 외 개인전 13회
▷김신규 사진인문학연구소 소장
▷알리앙스 프랑스 초대작가
▷KBS 아! 숭례문특집 총감독
▷KBS ‘포토다큐 사람들’ 다수 진행 및 출연
▷전 아트포럼 대표
▷전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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