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 (18)그것, 운명이 되다

김신규 승인 2020.03.13 19:26 | 최종 수정 2021.12.05 16:58 의견 0
'우암동시리즈' 에디션5. 암실작업. 2003, 김신규.

지글 지글 지글 ...
야야 익으면 좀 무라! 천천히 무라. 너거들도 한 잔씩 해가면서 ... 만식이는 초빼이 아이가!

파지레기 더 무치까?
언니야 마늘 하고 ... 사이다도 주고, 현주는 환타! 하하 ...
아이다, 만식아 니가 꺼내온나.
예 ...

(환타를 따서 현주 잔에 부어주고 있는데.)

만식아 많이 놀랬제?
걱정 돼서 죽는 줄 알았다!
아이다, 놀래기는, 괜찮았다.
현주야, 니 그리 놀랬나?
응 심장이 벌렁벌렁 그리고 안절부절 못했다.

자, 한 잔 해라 고기도 좀 무라(현주는 만식이 파지레기 접시에 고기를 몇 점 올려주며) 그 "껍데기를 벗고서" 어디서 파노 서점에 있나? 내 한 번 자세히 읽어 봐야겠다.
현주야?
예, 어머니.

(현주 방금 뭐라 했노!? 어, 어머니. 우리 엄마 보고 어머니... 옛날부터 아줌마라 했는데 ... 며느리같이 말하네. 그럼 내 부인이네 와, 이 뭐고 꿈이라도 좋다.)

니 오늘 고생했다.
도대체 그 책이 무슨 책인데 이리 난리를 치노 ... 아이구야.
그라고 강훈이라 했나? 강훈아, 진짜 고맙데이! 의대생이라며 앞날이 창창하네. 인물도 좋고 니가 경찰서 가서 무슨 확인서인가 뭔가도 쓰고 ... 너거 아버지 아니었으면 만식이 어쩔 뻔했노! 아버지 친구인 경찰서장이 빼줬다 아이가 ...
아입니다! 당연히 안 잡혀 갔어야지 예! 만식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예. 내가 형사 보고 그랬습니다. 뭐가 잘못됐냐고. 그 책 내가 줬다 했습니다. 막! 따져 물었다, 아입니까! 그 책은 불온서적 아입니다. 현주가 읽어봐라 해서 읽어보니 대학생 정도면 꼭 봐야 될 책이던데 예.

(껍데기 ... 그 책은 키큰 놈이 현주에게 주었고, 다 읽은 현주는 한 권을 더 사서 나시키(강훈)와 만식이에게 각각 주었다. 그 책 때문에 무서운 곳으로 간 사실을 안 현주는 과 선배이자, 공대학생회 회장인 키큰 놈에게 연락했고 키큰 놈은 당장 현주에게로 왔었다. 만식이집에 다 모여 있던 부모님·현주·창호·키큰 놈은 확인서 쓰로 간 나시키가 연락을 취하여 이해 안 되는 그곳 앞에서 모두 만나게 되었다.)

창호야?
예 어머니. 니도 많이 놀랬제?
자, 한 잔 해라.
나는 니가 아까 우리 집에 찾아와가 만식이 잡혀갔다라는 말 듣고 넘어갈 뿐했다. 세상 살다 살다 그래 놀란 거 처음이다.

(그때 드르럭 문을 열며 현주 아버지. 어머니 같이 들어오신다. )

아! 오셨네. 어서 오이소. 아이구 현주 엄마도, 어서 오이소.
현진이도 데꼬 오지 고기 좀 먹게.
아 예. 진이는 독서실 갔어요. 아이구 사람들이 많네.
만식아, 어서 저쪽에 의자 가져 온나.
현주는 엄마, 아빠 자리 앞에 깨끗하게 좀 정리하고.
예 ...

현주 아빠 오랜만입니다.
자, 일단 한 잔 받으소.
일이 많은 갑지 예?
배 만드는 일이 그렇지 예.
내 야근이고, 특근이고 봉급은 쥐꼬리만큼 주고 ...
만식 아빠도 바쁘지 예?
뭐, 그렇지 예! 다 똑 같다 아입니까.

만식이! 니 오늘 고생했다며?
가만히 있었나 확!? 그냥 허허허.
그래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게 그기 민주民主다.
다름을 인정하고, 또한 존중하고 틀린 것은 틀렸다 해야 한다. 그런 청년이 많아야 조국이 산다. 군사독재가 청년의 비겁함을 밥으로 한다.

자! 한 잔 받아라.
예 ...

(운명! 그래 아직 낯선 단어다. 그렇구나. 어깨로부터 짝하며 내려와 가슴에 멈추는 것. 그것이 운명이라 하는 것이다.)

언니야! 요 고기하고, 뭐 좀 더도.
오야, 그래.
까스도 갈아야 되겠는데 ...
가스, 그 옆에 선반에 있제, 창호야 니 뒤에 있네.
딱딱딱, 와 안 켜지노? 만식 아빠 라이타 좀 주보소.

이거 무 봐라 무공해다(지리산 산청이 고향인 청바지집 아주머니는 고향어머니가 직접 재배한 야채와 짱아치 등을 내오신다.)
에이씨! 나도 한 잔 해야겠다, 그래 언니도 요 땡겨 앉아라. 자 다 같이 한 잔 하자.
다다다닥, 짠!

만식인 소주 더 가져 온나 ... 짱아치 맛있네. 맛있으면 뭐 하노! 새빠지게 농사짓는데 빚만 는다야. 제 값을 쳐주야 될 꺼 아이가? 다 잠들었을 때 일어나가 해질 때까지 뼈 빠지게 농사짓는데 말이 되나? 엄마 아부지 고생하시는 거 생각하면 확 내가 가서 데모에 동참하고 싶다. 군청 앞에서 전경이 엄마 방패로 밀어, 나이든 사람 넘어지가 큰일 날 뻔했다. 자 한 잔 도, 잔 비었다. 그건, 그거고 오늘 내 귀 빠진 날이다.

맞나 언니야!
진작에 좀 알려주지.
가만히 있어보자. 가게 문 다 닫았다 아이가 ...?
장 고개 넘어 새로 생긴 슈퍼는 12시까지 하던데 예?
갔다 올까 예? 멀다. 그러면 현주야 만식이 하고 같이 갔다 온나.
초코파이 한 통 사 온나. 초도 하나 사오고. 초는 큰 거 안 있겠나?
됐다 마!
아이다.
언니는 있어봐라
혼자 가도 되는데 예 ...
아이다, 고개 넘어가야 한다며 만식이 하고 같이 갔다 온나!

(만식이 또한 현주야 있어라 "내 혼자 갔다 오께" 굳이 말하지 않는다. 가슴에서 어깨를 통하여 머리에서 멈추는 것 또한 운명이다. 그것을 잡고, 놓치고는 선택에 있고 용기에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랑에서 만큼은 ...)

현주야 가자! 갔다 오자.
우리, 둘이.

김신규

◇김신규는

▷전업사진작가
▷우암동 189시리즈(2002~)
▷다큐작업 외 개인전 13회
▷김신규 사진인문학연구소 소장
▷알리앙스 프랑스 초대작가
▷KBS 아! 숭례문특집 총감독
▷KBS ‘포토다큐 사람들’ 다수 진행 및 출연
▷전 아트포럼 대표
▷전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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