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학파의 성취 : 수학적 증명, 우주 법칙과 수학과의 관계
피타고라스학파가 후세에 남긴 성취는 수학적 증명을 도입한 것과, 우주의 법칙이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입니다.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가 인류 최초로 엄밀한 ‘수학적 증명(mathematical proof)’을 도입하여 수학적(또는 과학적) 사고의 기초를 다지고 발전시킨 것은 우리 인류의 지적인 발전입니다.
그들은 수학적 증명을 도입해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확고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증명된 수학적 진리, 이를테면 피타고라스 정리는 엄청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리로 인정받습니다. 피타고라스 덕분에 수학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된 것입니다.
수학적 증명이란, 이미 진리로 확립된 수학적 주장이나 진리임이 자명한 공리(公理 axiom)에 기초하여 새로운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순수한 논리만으로 진행되어야 하죠. 이런 식으로 확립된 수학적 주장을 ‘정리(定理 theorem)’라 합니다.
피타고라스 이전의 수학자들은 정리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의 다른 수학자들과 더불어 우리에게 엄밀한 수학의 세계를 소개했던 것입니다. 이 세계는 공리와 논리를 사용한 최초의 원리를 초석 삼아 계속 층을 높여간 건축물과 같습니다. 피타고라스 이전의 기하학이란 그저 경험으로 얻은 규칙들의 모음일 뿐이었지요.
피타고라스는 완전한 수학 체계가 구축될 수 있고, 그 체계에서 기하학적 원소는 수와 대응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범자연수(whole number=integer)와 그 비율만 있으면 논리와 진리의 완전한 체계를 세울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가 세운 우아한 수학의 세계는 오늘날까지 유효한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주의 전부로 여겼던 유리수의 세계는 자신들이 증명한 '피타고라스 정리'로 드러난 무리수로 인해 붕괴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가 이루어낸 증명의 대부분은 기하학과 관련된 내용이며, 나머지는 수에 관한 단순한 정리들입니다. 수와 관련된 정리들은 피타고라스 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변의 진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하학과 관련된 정리들도 여전히 불변의 진리로 남아 있을까요? 그들의 증명이 옳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기하학 자체가 그 때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유일한 진리’로 간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고대의 기하학은 평면에서 전개되는 유클리드 기하학뿐이었으나, 지금은 곡면이나 가상공간에 적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기하학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특수한 공리에서 출발한 유클리드 기하학은 자신만의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으며(여기에는 증명되지 않은 몇 개의 가설 postulate도 포함되어 있다.), 물리적 세계를 근사적으로 서술하는 강력한 도구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3차원 공간에서 진행되는 강체의 운동과 이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서술할 때 유클리드 기하학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일상적인 경험이 유클리드 기하학과 잘 일치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주장도 포함되어 있는데, 소위 ‘자명한 수학적 진리’ 즉 공리(axiom)라 불리는 이 주장들은 증명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유클리드 기하학을 떠받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구부러진 공간을 기술하기 위해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가 도입한 수학적 증명은 비단 수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 수준을 현격하게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만물은 수이다.’라는 언명은 오늘날까지 심오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주의 원리와 수학적 법칙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피타고라스는 물리적 현상을 지배하는 수학법칙을 찾아낸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 수학과 과학 사이에 결코 뗄 수 없는 근본적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발견이 있은 뒤로 과학자들은 아무리 사소한 물리적 현상이라 해도 그것을 지배하는 수학 법칙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으며, 그 결과 모든 자연현상은 수로 표현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서서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화음에서부터 행성의 궤도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 모든 곳에 수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던 끝에 결국 ‘만물은 수이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는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서술할 수 있는 수학적 언어를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이후로 수학계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을 더욱 훌륭하게 서술할 수 있는 새로운 어휘를 얻게 되었습니다. 수학의 발전이 과학혁명을 불러온 것입니다.
오늘날 물리학자들도 양자역학을 연구하면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소수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특히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을 융합하는 첨단 물리학 이론으로 모든 소립자를 끈의 진동으로 가정하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은 ‘하나의 줄에서 모든 종류의 음을 낼 수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발견과 일맥상통합니다.
‘자연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수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의 발견, 즉 인류가 성취한 심오한 이 업적에 대한 공로는 피타고라스에게 돌아가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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