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는 우주를 구성하는 실재
피타고라스학파는 수가 점 또는 입자에서 만들어진 기하학적, 물리학적, 산술적인 실재로 여겼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수가 우주를 구성하는 실재(reality)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단위의 점을 갖가지 기하학도형의 꼭짓점에 배치하여, 그것들을 삼각형 수, 사각형 수 등으로 부른 것입니다. 피타고라스학파에 있어서 수는 양적인 크기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하학적인 형상(形相, form)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수를 자연물의 형식임과 동시에 형상이라고 이해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였다고 합니다.
수가 어떻게 형상, 만물을 구성하는 실재로 연결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은 마치 조약돌을 세듯이 개개 단위들로부터 수를 만들어 나갔음에 틀림없습니다. 셈법(calculus)과 셈(calculation)이라는 말은 피타고라스학파가 사용한 조약돌(calculu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들은 셈을 할 때 조약돌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양을 나타냈습니다. 셈법에 따라 하나라는 수는 하나의 조약돌이었고, 그 밖의 다른 수들은 조약돌의 더하기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수와 형상, 크기와의 관계
그러나 조약돌은 단순히 양만을 나타내지는 않았습니다. 일정 모양의 형태도 만들었던 것이죠. 이는 피타고라스학파가 대수와 기하의 관계를 발견했다는 중요한 사실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조약돌은 하나의 점과 마찬가지로 하나입니다. 그러나 두 개의 조약돌은 두 점으로 구성되며 이 두 점은 하나의 선분을 이루게 되지요. 삼각형의 세 꼭짓점처럼, 세 점은 하나의 평면을 이루며, 네 점은 하나의 입방체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실은 수와 크기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시사해줍니다. 피타고라스는 우리가 ‘피타고라스 정리’로 알고 있는 것, 즉 직각 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나머지 빗변의 제곱과 같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형상과 수들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피타고라스학파에 따르면 ‘만물은 수이다.’라는 주장은 모양과 크기를 갖는 만물의 기초에는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대수로부터 기하로, 더 나아가 실재의 구조로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만물은 수를 가지며, 그 수들의 짝수성이나 홀수성은 하나와 다수, 정방형과 장방형, 직선과 곡선, 정지와 운동 같은 사물의 대립된 성격을 설명해줍니다. 밝음과 어둠조차 수적인 대립자들이었고, 남자와 여자, 선과 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이러한 방식으로 수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개념을 형성하는 데까지 나아갔던 것입다. 그들이 철학에 미친 가장 의미 있는 공헌은 형상의 개념입니다.
수를 종교적으로 숭배
피타고라스학파는 수를 수학적으로는 물론 종교적으로까지 숭배했습니다. 그들은 1을 모든 수의 생성원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무한’의 개념을 일부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어진 수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수에 단지 1을 더하기만 하면 더 큰 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는 최초의 여성 수이자 짝수이고 소신을 상징합니다. 3은 최초의 진정한 남성 수이자 홀수이고 조화를 상징합니다. 최초의 제곱수인 4는 정의와 복수를 나타냅니다. 최초의 여성 수와 남성 수의 합인 5는 결혼을 상징합니다. 7은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에겐 특별히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일곱 행성, 곧 떠돌이별의 수였기 때문이지요.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신성한 수는 10, 곧 테트락티스(tetractys)였습니다. 이것은 우주의 수를 상징했고, 기하학적 차원들의 모든 생성원을 합한 것이었습니다. 10=1+2+3+4. 여기서 원소 1은 점(0차원)을 나타내고, 원소 2는 선(1차원, 두 점을 이으면 선분이 된다.)을 나타냅니다. 3은 평면(2차원, 세 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되고 한 평면이 결정된다.)을 나타내고, 4는 입체(3차원, 네 점을 이으면 입체인 4면체가 형성된다.)를 나타냅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지적 성취 가운데 특히 위대한 것 중 하나는, 추상 수학적 논의를 통해 10의 특별한 지위를 추론해 냈다는 것입니다. 10이라는 수는 그저 두 손의 손가락을 합한 수가 아닌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합한 20이라는 수가 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던 것이죠.
10은 삼각수라고 불립니다. 삼각수란 그 원소들을 그림으로 그려놓으면 삼각형이 되는 수를 말합니다. 더 작은 삼각수로는 3과 6이 있습니다. 10 다음의 삼각수는 15입니다. 후기 피타고라스학파를 이끈 필로라오스는 삼각수들, 특히 테트락티스를 숭배한 것에 대한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는 신성한 테트락티스가 전능하며, 모든 것을 창조하고, 신적인 삶과 지상의 삶의 기원이자 길잡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테트락티스는 그 이름처럼 네 개의 정수가 네 개의 층으로 된 정삼각형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수는 형태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의미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정수인 1은 모나드(monad)로서 만물의 근원, 전체로서의 하나, 합일의 원리를 나타냅니다. 두 번째 정수인 2는 듀어드(duad 또는 dyad)로 불리며, 만물의 분화를 뜻하는 이중성을 상징합니다. 세 번째 정수 3은 트리아드(triad)인데, 분화되지 않은 모나드와 무한분열하려는 듀어드의 양극성을 제어하고 조화시키는 수입니다. 최초의 입체, 이를테면 4면체를 만드는 4는 테트라드(tetrad)로서 물질의 기초가 됩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과 철학의 연구를 통해 영혼의 정화와 불멸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과학적이며 수학적인 사유 활동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순수한 생활양식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특히 수학적 사유는 인간을 개별적인 사물들에 대한 생각에서 해방시켜 영원하고 질서 있는 수의 세계로 이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수와 자연과의 관계 …음악에서 통찰
피타고라스학파는 수학과 자연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음악에서 통찰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우선 음악이 정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악기의 현의 길이가 그것이 내는 음정과 비례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이를테면 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음정은 한 옥타브 올라갑니다.
이처럼 그들은 음정이 현이나 파이프 길이의 정수비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죠. . 따라서 피타고라스학파에게 음악이란 만물에는 수들이 충만해 있다는 사실의 결정적인 실례였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수금 lyra나 플루트 같은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줄과 파이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며, 이들의 길이가 간단한 정수비를 이룰 때 가장 듣기 좋은 화음을 이룬다는 사실을 간파하여 수학과 자연의 긴밀한 관계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를테면 1(도) 8/9(레) 64/81(미) 3/4(파) 2/3(솔) 16/27(라) 128/243(시) 1/2(도)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현의 진동수 비를 24:27:30:32:36:40:45:48로 조율하면 그 음이 차례로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가 되고, 이들 음을 조합하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진동수의 비, 즉 숫자의 비가 바로 조화, 화음을 이룬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발견한 것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이를 통해 만물이 생겨나기 전에 이미 수가 있었고, 수를 자연 전체 내에서 최초의 사물로 간주하였으며, 전체는 하나의 음계이며 하나의 수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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