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항성)이 거대한 블래홀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될까?
블랙홀에 빨려드는 별을 상상하기 전에 우선 비운의 우주비행사의 경우를 알아보자. 스티븐 호킹은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블랙홀에 빨려드는 우주비행사의 운명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주비행사의 발에 미치는 중력은 언제나 머리에 미치는 중력보다 강하다. 이 힘의 차이(조석력·tidal force)는 우주비행사를 국수처럼 늘어뜨리거나 조각내버릴 것이다!’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물체가 국수가락처럼 늘어나며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국수효과(noodle effect)’ 또는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한다. 이는 한 물체 안에서 각 부위별로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가 크게 달라 발생하는, 극단적인 조석력에 의한 결과이다. 별이 블랙홀에 별이 빨려들어갈 때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이 사건의 지평선 근처 별을 끌어당기는 현상을 조석교란(tidal disruption)이라고 하고, 이 때 별은 국수효과, 혹은 스파게티화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블랙홀에 빨려드는 별은 우주비행사의 운명처럼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러트(Science Alert) 보도에 의하면, 미국 찰스턴대학 천체물리학자 크리스 프래자일과 그 동료들은 블랙홀이 이미 종료된 핵융합 반응을 재점화해 죽어가는 별을 다시 살린다는 놀라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의 논문은 천체물리학(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 출판 전 공유 사이트(arXiv)에 거재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블랙홀이 별을 다시 살리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조건에서만 일어난다. 즉,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과 백색왜성(White dwarf)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질량에 따라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한 범주는 태양 질량의 100배 이하인 ‘스텔라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이다. 이들이 충돌하면 중력파를 방출하는데, 2015년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가 사상 처음 탐지한 중력파도 이들 블랙홀의 충돌로 방출한 것임이 밝혀졌다.
다른 범주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인데, 이것은 태양 질량의 10만 배 이상에서 수백만 또는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거대 블랙홀이다. 우리은하(은하수) 중심 궁수자리A*(Sagittarius A*)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400만 배다.
그런데 스텔라질량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 사이에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이 있다. 태양 1000개에서 10만 개의 질량에 해당하는 크기의 블랙홀이다. 그런데 이 범주의 블랙홀은 흔치 않다. 그래서 블랙홀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흔치 않은 중간질량 블랙홀만이 백색왜성을 부활한다니 우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닌 셈이다.
‘별의 부활’ 광경을 보려면 중간질량 블랙홀과 백색왜성이 만나야 한다. 백색왜성은 태양보다 약간 작거나 조금 큰 별의 일생 중 말년의 모습이다. 작고(밀도는 높고) 차가운, 죽어가는 하얀 별이다. 차가운 것은 핵융합반응이 멈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중간질량 블랙홀이 죽어가는 백색왜성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일까?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중간질량 블랙홀의 조석력(tidal force)이 백색왜성을 압축하여 반대쪽에 이른바 ‘조석 교란(tidal disruption event)’을 일으킨다. 또 그 압축은 백색 왜성의 중심부에 핵융합 반응을 재점화할 수 있다. 생명의 불꽃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핵융합 반응이 재점화할 경우 백색왜성은 기존 헬륨 탄소 산소 외에 철과 칼슘과 같은 더 무거운 원소를 갖게 된다.
스텔라질량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이 백색왜성을 재점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자는 너무 작아 오히려 백색왜성에게 먹히고 후자는 조석력이 너무 강해 백색왜성이 부서지기도 전에 전체를 삼켜버리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리스 프래자일 교수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기원과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블랙홀의 ‘잃어버린 고리(중간질량 블랙홀)’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래자일 교수는 또 “조석 교란 사건을 통해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자평했다. 그동안 조석 교란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빨아들일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다.
새 연구를 요약하면, 우주 어느 곳의 백색왜성에서 조석 교란이 관측되면 바로 그 근처에 중간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또 그 백색왜성은 다시 핵융합 반응을 하며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를 향한 수많은 망원경이 머잖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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