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29) - 포근한 엄마로 3남매에게 사랑을 듬뿍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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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0 19:43 | 최종 수정 2021.02.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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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당동 128번지 낮은 산동네에 살던 나는 바로 밑 행당초등학교를 다녔다. 내 초등학교 동창들 중에는 초등학교 다닐 때 기억이 선명한 친구들이 많은데 나로서는 신기하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들이 희미한 편이다. 그냥 친구들이랑 놀던 어렴풋한 장면들을 위주로 흑백사진의 모양으로 뜨문뜨문 떠오를 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있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다는 점이다.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인 1972년 2월 8일 엄마는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하고 고운 한복을 입고 내 동생 안나와 함께 오셨다. 6살 아래인 안나는 이때 초등학교 입학 직전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회사일로 못오시고 중학교 2학년이던 누나는 학교 때문에 못온 것 같다.
그래서 막내달 안나랑만 같이 온 엄마는 이렇게 사진사로 하여금 졸업 기념사진을 찍게 하였다. 비록 언 땅이 녹아 질척거리는 운동장 위에 계시지만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화사하시다. 엄마는 신문사에 다니시는 아버지인 남편과의 사이에 3남매를 둔 전형적인 주부이셨다. 엄마는 늘 집에 계셨다. 아주 어쩌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아주 가끔 집에 없는 날에는 기분이 울적하며 좋지 않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울 엄마는 따뜻한 포근한 엄마 역할에 충실하며 사셨다. 덕분에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먹고 살았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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