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30) - 엄마 덕분에 들었던 할머니들 말씀

소락 승인 2021.02.11 22:23 | 최종 수정 2021.02.12 09:24 의견 0
여승처럼 동글동글했던 순한 아들
여승처럼 동글동글했던 순한 아들

내가 저 행당동 철길 위 높은 동네인 128번지 집에서 살 때 우리 집은 앞이 탁 트인 밝은 남향 집이었다. 내 뒤로 저 멀리 덕수고등학교로 바뀐 예전의 서울교대와 한양대학교가 훤히 보인다. 풍수지리상 길한 기운이 가득했던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집에서 사는 우리 가족은 그래도 살림살이가 동네 사람들보다는 약간 나은 편이었다. 물론 우리 집보다 좋은 양옥집에 사는 부자들이 있었어도 우리 집은 그나마 괜챦은 축에 속했다. 아버지가 신문사 직장에 다니셨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엄마가 살림을 알뜰하게 하셨던 덕분이다.

그렇다고 엄마는 동네사람들에게 인색하지 않으셨다. 내가 알기로 동네사람들에게 안나 엄마로 불렸던 엄마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늘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런 엄마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아들인 나도 드디어 중학생이 되어 저렇게 엄마를 닮아 밝게 웃게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중학교 1학년일 때는 아직 사춘기 직전이라 저 사진처럼 해맑은 어린 티가 많이 났었나 보다. 그래서 동네 할머니들이 참 예쁜 여승처럼 곱게도 생겼다는 말을 내게 하기도 했다. 그 당시 그런 말을 듣고 그 말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덕담이었고 그런 덕담을 동네 할머니들한테 들었던 까닭은 엄마의 해맑고 밝은 품성 덕분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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