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28) - 엄마 덕분에 가지게 된 사진관 사진
소락
승인
2021.02.09 14:52 | 최종 수정 2021.02.10 12:28
의견
0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사진관을 가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사진 밑에 마크를 보니 ‘허바허바’라고 되어 있다. 지금도 있는 사진관이다. 당시에는 허바허바사장이라고 했었다. 사진관을 사장(寫場)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이지만 허바허바사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관이었다. 서울 사람이라면 그 곳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바람직한 가족문화였던 때였을 것이다. 우리 가족도 예외없이 이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3남매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부모님을 따라 갔을 테지만 엄마와 아버지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며 허바허바사장으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내 나이 열 살 때이니 1970년이거나 1971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행당동에서 허바허바사장이 있는 시내까지 가던 전차가 1968년에 철거되었고 또한 그 당시 지하철도 없었을 테니 아마도 버스를 타고 갔을 것이다. 다섯 명 가족이 택시 한 대를 잡아 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온 가족이 이동하기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유명 사진관에서 사진찍는 것이 어색해서인지 사진 찍는 모습이 밝지 못하다. 엄마가 사진 찍을 때 늘 짓던 트레이드 마크인 밝은 웃음도 정작 사진관에서 발휘되지 못해 좀 아쉽다. 사진을 찍는 분께서 우리 식구들한테 좀 더 웃으라고 했으면 더 좋은 사진이 나왔을 텐데 아무래도 초짜 견습생이 찍은 사진 같다. 아니면 그 당시 가족사진 찍는 문화가 그랬을 것 같다. 아버지 표정도 딱딱하다. 누나와 여동생 안나의 표정도 굳어 있다. 특히 내 표정은 찡그리고 있다. 이렇게 찍는 것이 그 당시 가족사진 풍습이었을까? 그래도 이렇게 사진관 가족사진, 그래도 허바허바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울 엄마와 아버지의 여유로운 마음 덕분이었을 것이다. 감사히 여기는 가족사진이다.
<소락>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