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27) - 엄마 덕분에 가지게 된 문학적 소양

소락 승인 2021.02.08 21:46 | 최종 수정 2021.02.10 00:22 의견 0
엄마가 장만한 계몽사 위인전과 비슷한 책
엄마가 장만한 계몽사 위인전과 비슷한 책

내가 쓴 책 『아 ~ 쓰레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버린 행동을 가장 후회하는 게 있다.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것은 내가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10권짜리 계몽사 위인전이다. 1960년대에 출판된 책들이다. 한 권에 두 명씩 외국 인물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그 때 손문, 케말 파샤, 헬렌 켈러, 슈바이처, 난센 등의 이름을 알았다. 솔직히 책을 자세히 다 읽지는 않았다. 책 뒤에 인물들에 대한 연표가 있었는데 그 것을 한 번 쭉 훑으면 책을 다 읽는 것처럼 여겨지던 참으로 생각없던 어릴 때였다. 열 권을 정독하지는 못해도 거의 다 훑으며 읽었으니 정든 책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어느 날 이사를 가면서 맞춤법도 틀리게 된 오래된 책이라 버리고 말았다. 지금 내 방에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씩 펼치면 타임머신 타듯 철없던 동심으로 생생하게 갈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 내 손으로 직접 버렸으니 후회막급이다.

그래도 내 여동생 안나네 집에 내가 버린 위인전 말고 백과사전, 세계여행전집, 세계아동문학전집 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서 사진을 찍으려고 전화 했더니 새 집으로 이사가면서 나처럼 다 몽땅 싸그리 버렸단다. 아뿔싸! 모두 다 울 엄마가 자녀 교육을 위해 사주던 전집류 책들이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어려운 살림에 어렵게 장만했을 그 책들을 통해 나는 세상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플란더스의 개’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는 혼자 방바닥에 누워 눈물까지 흘리며 울었던 기억도 희미하게나마 떠오른다. 또한 나는 백과사전 책의 내용을 여기저기 훑으며 읽기를 좋아했는데 덕분에 나는 장학퀴즈에 나오는 문제들을 나름 많이 맞힐 수 있었다. 세계여행전집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결국 엄마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울엄마 전기문을 쓰게 될 수 있는 소양이나 비결도 그 당시 엄마가 장만한 많은 전집류 책들 덕분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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