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늘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노력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삶의 시작은 곧 죽음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삶과 죽음은 같은 선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삶이 시작되는 순간 죽음의 예감 없이는 삶의 의미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유한한 전제 앞에서 잘 살고 잘 마무리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필자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기에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자입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사건이므로 저는 죽음에 대한 정서를 자연스럽게 소통의 도구로 삼고자 합니다.
웰다잉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에 대해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용어에 대해 다소 두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만, 모든 인간에게 숙명적인 사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요?
호스피스의 역사
고대 전반기와 중세 전반기에 사용하던 hospital, hostel, hotel이라는 단어는 모두 같은 라틴어의 어원에서 기원하였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대적 용어인 호스피스는 라틴어의 어원인 hospes(손님) 또는 hospitum(손님접대,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주인과 손님이 서로 돌보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의 호스피스란 임종간호, 말기환자 간호 또는 선종간호 등의 용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고대 그리이스에서는 제우스신의 보호 아래 여행자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풍습이 있었고, 로마에서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주피터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믿었으며, 세노도키아에서는 성지순례자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함으로써 인도주의적인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호스피스 유래의 큰 맥락은 중세기에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어 아픈 사람과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소를 제공해 주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어주면서 시작되었다.
중세의 호스피스는 십자가 운동 시기에 호스피시아(hospicia)에서 여행자의 휴식처로 음식과 옷들을 제공하였고(성 베르나르도 소 호스피스, 10c, 성 베르나르도 대 호스피스, 11c.) 파리의 수도자들은 호텔 eb(디-dieu)를 운영하여 임종 직전의 환자를 앞으로 전진 하는 자로 대하며 천국의 문이 크게 열렸다는 신앙심으로 병자를 돌보았다.
현대적 호스피스 개념의 근원은 중세 십자군과 여행자들에게 숙박을 제공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127세기 초 프랑스에서 호스피스 Sister of Charity가 설립되어 아픈 사람, 길거리에서 헤매는 사람,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주어졌다. 1836년 독일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호스피스 Kaizerworth가 설립되어 아프고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간호가 제공되었다. 1840년 영국의 Elizabeth F교rk 독일의 Kaizerworth를 방문한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나이팅게일에게 영향을 주었고 나이팅게일은 프랑스의 Sister of Charity에서 동료 간호사들을 교육시킨 후 크리미아 전쟁에 참가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는 영국 여의사 시실리 손더스(Cicely Saunders)로 1950년대 후반 말기환자와 관련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기술을 개선시켰으며, 이상적인 Hospice care를 시도하기 위해서 1967년 St. Christopher's Hospice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는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체계적인 모태가 되었고, 오늘날 미국과 캐나다에서 체계화되고 전문화된 Hospice care를 시도하는 모델이 되었다.
Dr. Saunders는 통증조절을 위한 Drug protocol을 창안하는 과정에서 통증의 약리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통증이란 단지 신체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영적인 것과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고 전인적인 이해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창하였다. 또한 초기 호스피스에서 제공했던 간호의 영적인 지지 및 정서적 지지와 함께 말기질환과 관련된 증상과 통증조절에 초점을 두었으며, 성 요셉 병원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아이디어와 원칙을 다듬어서 현대 호스피스 간호의 초석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1935년 성 누가 병원에서 진통제의 ‘규칙적인 제공’을 치료법으로 실시하여 현대 호스피스의 통증조절 지침의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1969년 Kübler-Ross의 ‘Death and Dying'에서 죽어 가는 환자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음을 밝히고 이러한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여 Hospice care를 받아들이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74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코네티컷 주에 있는 Connection Hospice Inc가 설립되어 초기에는 Home Care Program을 진행시켰으며, 1980년 약 40명의 환자를 위한 입원 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2,800개 이상의 Hospice Program이 있고 데레사 수녀도 인도의 캘커타에서 오랜 기간 동안 호스피스 운동을 펼쳐왔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약 6,000개의 Hospice 서비스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강원도 강릉의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에 의해 갈바리 의원(14개 병상)에서 임종자들을 간호하기 시작한 것이 체계적으로 실시된 임종환자의 첫 관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1981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과 간호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활동이 시작되어 10월에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내과병동 암 환자를 중심으로 주1회 간호 집담회를 열었고, 1982년 6월부터 의사와 간호사 중심의 호스피스 활동 모임이 시작되었다.
1987년 3월에는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과 강남성모병원에 ‘호스피스과’가 개설되었으며 1988년에 강남성모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이 생겨났고, 연세의료원에서는 1988년부터 세브란스 암 센터에 가정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으며 1992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에 가정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운영 중이다. 또한 현재는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여의도 성모병원, 성 바오로 병원, 전주예수병원, 고신의료원, 부산대학교 병원 등이 호스피스과를 두어 호스피스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는 무의탁 부랑인 정신질환자, 장애인, 알코올중독자를 수용하는 시설과 함께 임종의 집을 마련하여 1976년부터 임종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광주 대학생 선교회에서도 사랑의 호스피스를 개설하여 가정 호스피스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호스피스 기관에서 자원봉사자를 위한 정규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단체로는 1991년에 한국 호스피스협회 창림, 1992년 한국 가톨릭 호스피스 협회 창립, 1998년 7월 한국 호스피스․환화의료학회가 창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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