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교수의 호스피스 이야기】 (1) 호스피스란 무엇인가

박선숙 승인 2022.07.28 09:49 | 최종 수정 2022.08.04 15:35 의견 0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늘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노력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삶의 시작은 곧 죽음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삶과 죽음은 같은 선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삶이 시작되는 순간 죽음의 예감 없이는 삶의 의미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유한한 전제 앞에서 잘 살고 잘 마무리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필자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기에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자입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사건이므로 저는 죽음에 대한 정서를 자연스럽게 소통의 도구로 삼고자 합니다.

웰다잉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죽음을 앞에 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에 대해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용어에 대해 다소 두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만, 모든 인간에게 숙명적인 사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요?

[출처 : 픽사베이]

호스피스의 개념 :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한 임종을 이루게 하는 총체적 돌봄 - 인간의 존엄성 회복운동

인간의 노화는 연령의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신체적·생리적 쇠퇴를 의미한다. 노화, 즉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사건으로 우리 삶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을 준비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죽음은 우리 삶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은 자신과는 관계가 먼 두려운 미지의 사건으로 간주한다. 또한 죽음은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일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공포로 다가온다.

과거 에피쿠로스학파는 ‘영혼은 죽는다, 죽음은 결국 무(無)이다, 태어나기 전의 암흑세계와 죽은 후의 암흑세계는 상호대칭이다’라고 하면서, ‘죽음 자체는 무의식과 같은 것이고, 죽음은 의식의 상실일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죽음을 체념적이고 명상적인 관점에서 설명한 것으로, 영혼은 죽어서 의식과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의식의 없음을 죽음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만약 육체와 함께 영혼도 죽는다면, 죽은 후의 삶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과거의 삶에 대해서도 후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신에 대해서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지 잘 죽기 위해서는 후회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며 미래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최근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이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실험이나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면서 인간 능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비인간화 문제, 사회변화의 문제로 인한 노인 소외, 임종자의 관리 소홀과 가치관이나 윤리관의 변화에 따른 혼란 등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신만은 그런 사람들의 범주에 들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질병과 죽음을 부정하며, 피할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모든 인간은 단 한 번 주어진 자신의 인생을 살고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며, 매시간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렇게 죽음은 우리들과 함께 있는 것이며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각자에게 있어 큰 사건인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환자들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두려움과 허탈감으로 깊은 심적 고통을 겪는다. 또한 동시에 그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품위를 잃지 않고, 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과 사랑받기를 원하며 마침내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안하고 사랑스런 이별을 하고 싶어 한다.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은 출생 못지않게 중요하다.

임종에 가까운 사람이 남은 시간 동안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고 인간답게 도와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호스피스는 ‘인간권리운동’, ‘인간실존 회복운동’, ‘인간의 존엄성 회복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호스피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다. 죽음은 인간 개개인이 모두 맞이해야 할 인간 실존의 단면이면서, 그것을 맞이하는 순간은 임종자에게 매우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의 어원은 라틴어의 호스피탈리스(hospitals)와 호스피티움(hospitium)에서 기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호스피탈리스는 ‘주인’을 뜻하는 호스페스(hospes)와 ‘치료하는 병원’을 의미하는 호스피탈(hospital)의 복합어로서,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마음과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의 뜻을 지닌 ‘호스피티움’이라는 어원에서 변천되어 왔으며, 중세기의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순례자나 여행자가 하룻밤 쉬어가던 휴식처란 의미에서 유래된 말이다.

박선숙 교수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호스피스 개념은 영국 여의사 시실리 손더스(Cicely Saunders)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웹스터 사전(1972년)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 또는 병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집(inn)'으로 설명하고 있고, 미국호스피스협회(NHO)에서는 ‘말기환자와 가족에게 입원간호와 가정간호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의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호스피스는 완치가 불가능하여 죽음이 예견되는 환자와 그 가족들 간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증상들을 의료의 여러 부문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과 봉사자들이 팀을 이루어 돌봄으로써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한 임종을 이루게 하는 총체적 돌봄이라고 할 수 있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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