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재의 탄핵 선고 직후 화합과 통합을 호소하는 짧은 성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희정 지사는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면서 “그동안의 모순과 갈등을 뛰어넘고 모두 하나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안 지사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그동안 촛불을 들었던 분, 태극기를 들고 나왔던 분,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영호남, 그리고 재벌과 노동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안희정 지사는 “이제,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자”면서 “대한민국 모두가 화합하고 통합하는 새로운 시대로 나가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안희정 지사의 ‘그 동안의 모순과 갈등을 뛰어넘고 모두가 하나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안 지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대통합’과 ‘대포용’은 선거구호로는 통할지 몰라도 현실적 정합성이 없다.
어떠한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과 모든 의견을 포용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다른 이야기다. 안 지사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링컨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링컨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패자들을 위로한 통합은, 링컨의 몰가치성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링컨은 나라를 위한 그의 가치와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불사했다. 피를 본 전쟁을 통한 명백한 현실 승리자의 위치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미국의 단결과 통합을 꾀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는 헌법을 유린한 범법자들을 국민저항권과 삼권분립체제가 작동되어 심판한 것이 본질이다. 무슨 이념과 노선의 대립으로 촉발된 문제가 아니다.
“이제,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자”는 안 지사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촛불 시민들과 탄핵을 추진한 분들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촛불 시민들은 반목과 갈등의 한쪽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그동안 촛불을 들었던 분, 태극기를 들고 나왔던 분,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영호남, 그리고 재벌과 노동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재벌과 노동자를 나란히 놓고, 영남과 호남을 병렬하고, 여와 야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것은 노력하여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촛불을 들었던 시민과 태극기를 들고 나왔던 사람을 나란히 병렬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촛불 시민들이 탄핵을 막기 위해서 ‘군사반란’까지 주장하는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웠다는 말인가?
헌법과 국가를 유린한 범죄자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반목과 갈등’을 들어 멈추라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종북좌파’, ‘빨갱이’로 공격하며 군사반란을 촉구하는 불관용 세력을 관용하는 것은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민주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불관용의 선의’까지도 믿는 실험적 정치행위는 ‘대통합’과 ‘대포용’과 무관한 무책임한 정치이거나 ‘선거 정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안 지사가 강조하는 민주주의가 ‘패션 민주주의’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할까 한다. 나는 지지후보가 없고, 차선후보를 찾는 중이다.
(이 글은 필자가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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