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소유÷욕망

**행복(Happiness)은 소유(Possessions)에 비례하고 욕망(Desires)에 반비례한다.

물리학자들은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어떤 수식(數式)을 ‘우아하다’(elegant), 혹은 ‘아름답다’(beautiful)고 말한다. ‘골치 아픈’ 수식에서 우아함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다니! 품격 있는 매너와 절제된 언동거지만이 우아함을 자아내는 게 아니다. 화용월태(花容月態)의 여인이나 석양의 노을 같은 시각적 이미지에서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아함이나 아름다움에서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삶에서 가질 수 있는 대표적 쾌감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시각적 쾌감, 성적 쾌감, 그리고 아하! 하고 깨치는 순간의 쾌감(법열, 法悅)이다.

뇌에서 이 세 가지 쾌감을 감지하는 중심축은 ‘중뇌 변연계 보상 회로’(mesolimbic reward pathway)이다. 이것은 중뇌에서 시작해 변연계로 이어지며 도파민을 방출해, 기쁨·동기 부여를 만드는 뇌 안의 대표적인 ‘보상 시스템’ 경로이다.

높은 미적·감각적 쾌감(시각적·성적 자극)과 깨달음이나 발견의 법열(‘진리’를 직관했을 때)은 모두 이 회로를 통해 유사한 신경 화학 신호(도파민 폭발)을 경험하게 된다.

복잡한 자연 현상을 간명(간결)한 수식 하나로 설명했을 때, 그 수식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찌 우아하거나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지적 능력, 곧 내공이나 공력의 유무가 문제될 뿐이다.

수식이 우아하거나 아름답기 위해서는 ‘간명(간결)함’이 필요조건이다. 어떤 주장이든 물건이든 군더더기가 많아서는 결코 아름다움을 창출해 낼 수 없다. 능력에 부치는 일이지만, 챗GPT ‘copilot’의 도움을 받아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mc²를 예로 들어보자.

첫째, 단순성이다. 에너지(E)와 질량(m), 빛의 속도(c) 세 변수만으로 관계를 설명한다. 둘째,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전환 가능하다는 혁명적 통찰을 나타낸다. 셋째, 핵물리, 우주론,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응용된다.

이 한 줄의 공식이 우주론부터 원자력까지 연결시키는 힘을 지닌 건, 간결함 덕분이다.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을 제대로 사용했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라는 원칙으로, 간명함의 철학적 근거가 된다.

E=mc²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대단한 물리학적 지식의 소유자이다. 물리에 젬병인 필자는 유명한 방정식이란 사실을 귀동냥으로 알 뿐 아름다움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꿩만 있는 게 아니고 닭도 있다.

단 한 줄의 단언이 삶에 대한 진리의 표현임을 불현듯 감지하고 전율할 때가 있다. 공안(화두)을 음미할 때이다. 『벽암록碧巖錄』 제45칙은 ‘만법귀일’(萬法歸一)이다. 조주화상이 한 스님과 나눈, ‘만법은 하나로 돌아간다’는 유명한 선문답이다.

어떤 스님이 조주화상에게 질문했다. ‘일체의 모든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조주화상이 말했다. ‘내가 청주에 있을 때 승복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나 되었다’

말 그대로 ‘선문답’이다. 동문서답 같다. 그러나 질문과 대답의 간격이 클수록, 아하 깨침의 법열도 비례해서 커진다. 본래 화두는 진리에 대한 직관이지 의미를 따져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말길이 끊어졌다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요, 언어나 문자로 남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언전불급(言詮不及)이다.

여름 산속에서 느끼는 바람의 시원함, 갈증 때 마시는 냉수 한 사발, 그 시원함과 물맛은 체험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다. 그것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말이나 글로써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리도 직관한 사람끼리만 통할 수 있을 뿐이다. 가르침으로 배움으로 우물에 갈 수 있을 뿐이다. 물은 직접 본인이 마셔야 한다.

필자가 ‘만법귀일’이란 공안을 타파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부처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적 호기심을 벗 삼는, 한미한 한낱 서생에 불과하다. 다만, 만법귀일에 대해, 진화심리학을 공부하다 일가견을 얻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룬다.

아무튼 E=mc²이나 공안 ‘만법귀일’은 자연 현상과 인간사에 대한 통찰이 번득인다. 그 통찰을 간명하게 표현했기에 아름답다. 자, 그렇다면 행복에 대한 방정식, ‘행복=소유÷욕망’도 더없이 간명하다. 이 방정식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