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오후에 ‘차(茶)사랑 송년차회’가 열렸다. ‘차(茶)를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백경동)의 모임 회원들이 오후 5시30분쯤에 경남 하동군 화개면 소재 나주곰탕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화개 다운타운에 있는 ‘쉼표하나’ 카페로 이동했다.
화개공용터미널 인근인 쉼표하나 카페에서 오후 6시 반부터 본격적인 차회(茶會)를 시작하였다.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찻자리이지만 이번 차회는 보통 때와는 다른 의미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연말 송년 차회라는 점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해를 보내는 감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차를 매개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사람마다 한 해를 살아온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구에게는 아픔과 상처가 많은 한 해였고, 누구에게는 여러 기쁨이 함께 한 지난 1년이기도 했을 것이다. 각자의 내면에 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얼핏 얼핏 비치는 다른 사람들의 속을 보면서 감정을 함께 나누거나 어느 정도의 치유를 받기도 하였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둘째는 기존 회원이 아닌 새로운 분들이 참석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백 회장님이 구례성당에 함께 다니시는 서경원 선생님을 초청하셨다. 경북 경주 출신인 서 선생님은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후 구례에 귀촌한지 6년 되었다고 하셨다.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섬유 관련 고급 원단 절단기를 생산해 주로 외국으로 수출을 하는 삼성엔에코 대표인 신판곤(71) 회원님과 섬유 관련 이야기를 나누셨다. 신 대표님의 공장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데, 매 회 차회 때마다 거르지 않고 내려오신다. 서 선생님은 “대구의 모 섬유업체에서 전문경영인으로 2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는 이날 기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 하동읍내에서 심리상담사로 일을 하시는 강연지(56) 선생님도 참석하셨다. 악양면 개치마을이 고향이라는 강 선생님 역시 심리상담사의 역할과 상담 경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차회를 하는 도중인 오후 7시 반쯤에 성악가인 김주란(52) 선생님이 오셨다. 고향인 하동 북천면에 사시는 김 선생님은 하동과 경남 등지에서 소프라노로 무대에 서고 학생들에게 성악을 가르치신다고 했다. 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고 있는 백 회장님이 특별히 모셨다고 했다. 백 회장님이 김 선생님으로부터 성악을 배우셨다고 했다. 김 선생님은 이날 「북 치는 어린 소년」·「소나무야」·「라 스파노라」 등을 불러주셨다. 일간지에서 음악 담당 기자도 했던 필자는 서양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이런 살롱문화가 지리산 골짜기인 화개에서 연출될 줄 전혀 예샃이 못하였다. 다른 자리에서 차를 마시던 손님들도 음악을 감상하고 박수를 쳐주셨다. 김 선생님은 차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참석자들과 음악 관련 이야기를 나누셨다.
멀리 세종시에서 오신 특허청 김시형(56) 차장님도 여러 이야기를 하셨다. 김 회원님은 지난달에도 오시어 팽주(烹主)를 하셨다. 늘 겸손하시고 부지런하신 김 차장님은 차회를 할 때마다 스스로 나서 뒤치다꺼리를 하신다. 이날도 찻물을 받아오느라 주방을 왔다 갔다 하셨다.
셋째는 이날 차회 참석자 대부분이 교회나 성당에 다니고 계시는 분들이어서 성탄의 의미를 더욱 되살렸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된 것이다. 부춘다원 대표인 여봉호(62) 발효차 명장님과 소프라노 김주란 선생님, 심리상담사 강연지 선생님이 개신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었다. 백 회장님과 하동읍 서재마을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계시는 이소미(58·이숙희에서 개명) 선생님, 이날 첫 참석자인 서경원 선생님은 가톨릭 성당에 다니시는 분이다.
필자는 젊었을 적에 교회와 성당에 다닌 적이 있고, 나름 종교 관련 공부를 하여 가톨릭과 개신교의 역사에 대해 표피적으로는 아는 편이다. 대학 사학과를 다닐 때 서양사 수업은 거의 종교사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또한 기자시절 유럽 등지에 취재 다닐 때 늘 그 지역 성당에 들러 기도를 하고 그 성당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바티칸에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등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리되는 과정 등에 대해서도 학부 때 수업시간에 배워 시험까지 쳤다. 여하튼 종교와 관련해 지금까지 계속 접하고 있지만 신앙인들만큼은 깊이 알지 못한다.
차회 분위기가 무르익자 백 회장님이 앞에 나가 성가를 독창하셨다. 이어 김주란 선생님도 성경구절을 암송하시며 성가를 부르셨다.
차회는 오후 9시 넘어 마무리 되었다. 여 명장님과 김 차장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참석하시어 대화 내용이 다채로워 좋았습니다.”라고 하셨다.
이날 차회는 쉼표하나 카페의 조병훈(61) 사장님이 기꺼이 자리를 제공하여 마련됐다. 갑진년(甲辰年)인 2024년 1월에는 27일(토요일)에 이소미 선생님이 팽주가 돼 차회를 연다. 이 선생님은 그동안 몇 차례 초대 손님으로 참석하시다 이날 참석으로 정식으로 차회 회원이 된다. 차사랑 차회의 일곱 번째 회원이 됨과 동시에 팽주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날 악양에 사시는 노전 김갑선(70) 선생님은 일 때문에 참석하시지 못하셨다. 한해의 마무리를 차인(茶人)들과 함께 해 의미가 큰 차회였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