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압서사 내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이 공동으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단행본으로 보는 18·19세기 조선시대 지식인’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특별전에는 『박제가와 젊은 그들』(박성순, 고즈윈·2008)을 비롯해 70여 권의 관련 단행본이 전시되어 있다. 모두 목압서사에 소장된 책이다.
18·19세기 조선의 지식인들은 청나라 지식인들과 많은 교유를 해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조선에 보급했다. 전시된 단행본들은 이러한 내용과 관련이 많다. 당시의 한중 지식인들의 교유관계를 축약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766년 홍대용이 중국 사행단의 일원으로 북경에 갔다. 그곳의 유리창이라는 서점가에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상경한 중국 항주의 선비들인 엄성과 반정균, 육비 등을 만나 교유를 맺었다.
홍대용에 이어 유금이 또 북경으로 가 이들과의 만남을 지속했다. 이덕무와 박제가가 이를 이어 새로운 만남을 만듦으로써 한국과 중국의 지식인들이 전에 없었던 지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이들 뒤를 이어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간 박지원이 그 유명한 『열하일기』란 명편을 탄생시킨 것이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이러한 지적 교유의 장을 이끈 선봉장은 당연히 홍대용과 박제가였다. 중국 측에서는 이조원·기윤·완원·옹방강·나빙 같은 당대 최고의 학자와 화가들이 포함돼 있었다.
양국의 소통은 쌍방적이었다. 주는 것을 받기만 하지 않았고, 이 쪽의 사유도 함께 건너갔다. 심지어 박제가를 에워싸고 그의 글씨 한 장이라도 받으려고 중국의 지식인들은 줄을 섰다. 이들 조선의 지식인들이 청나라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 외에 또 이들을 통해 들어온 책과 그 속에 담긴 생각들이 조선을 차츰 바꿔나갔던 것이다.
19세기에 들어서면 추사 김정희가 또 활약을 하게 된다. 추사의 그런 활동은 박제가의 인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추사를 동심원으로 그의 동생 김명희, 벗 신위·권돈인에게서 제자 그룹인 이상적·조희룡 등으로 확산되었다. 그 흐름은 규모나 양과 질에서 18세기의 몇 배나 달했다. 다시 말해 19세기 한중 문인의 교유는 앞선 18세기 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집단 대 집단 간의 모양새가 공고해지고, 학술적 접촉과 교유가 긴밀해져 조선은 중국과 일본을 잇는 중간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즉 동아시아에는 전에 없던 학문적 르네상스의 기운이 자욱했던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만남은 곧이어 자신들에 속한 그룹과의 만남으로 확산되었고, 비록 한 차례 상면 이후 대부분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었음에도 이들은 죽을 때까지, 아니 그 후배와 자식과 손자 대까지도 교유를 이어갔던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18세기가 우정과 친교의 장이었다면 19세기는 학술과 문화의 장으로 펼쳐졌다. 그들은 청나라라는 대국의 지식인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당당했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한중은 상대를 얕잡아 보는 마음이 없었다. 상호 존중의 정신이 작동되고 있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실학이 싹 트고 우물 안 개구리 격이었던 조선이라는 나라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소통의 장은 19세기 말 동아시아가 서구와 일본의 제국주의적 탐욕 속에 피 흘리는 각축장으로 변하면서 변질되고 왜곡되고 말았다.(정민,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 일부 참조.)
이러한 18·19세기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그 시대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생각에서 이번 특별전의 주제를 정한 것이다.
전시되고 있는 책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정민, 문학동네·2014),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김도환, 책세상·2012), 『산해관 잠긴 문을 한손으로 밀치도다』(홍대용 지음, 김테준·박성순 옮김, 돌베개·2001), 『북학의- 시대를 아파한 조선 선비의 청국 기행』(박제가 지음·박정주 옮김, 서해문집·2013) 등이 선보이고 있다.
또한 박지원과 관련된 책도 몇 권 있다. 이를테면 『열하일기 上·下』(박지원 지음, 고미숙·김진숙·김풍기 옮김, 북드라망·2019), 『연암을 읽는다』(박희병, 돌베개·2007), 『나의 아버지 박지원』(박종채 지음·박희병 옮김, 돌베개·2013),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연암 박지원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편지』(박지원 지음·박희병 옮김, 돌베개·2005), 『청소년을 위한 연암 박지원 소설집』(이가원·허경진 옮김, 서해문집·2009) 등이다. 물론 다산 정약용 관련 단행본도 여럿 있다. 대개 이들 학자를 통상 실학파 또는 북학파라 부른다.
또한 19세기 최고 문장가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항해 홍길주(1786~1841)와 관련된 단행본도 전시돼 있다. 이를테면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홍길주 지음·정민 외 옮김, 돌베개·2006)와 『조선의 기이한 문장- 항해 홍길주의 산문 연구』(최식, 글항아리·2009) 등이다.
물론 18·19세기에 이들 지식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서리와 아전, 역관 등의 여항인들도 시사(詩社)를 만들어 활발한 시작 활동을 했고. 서울과 지방의 여타 선비들은 산수기행을 하거나 다양한 저술활동과 시를 짓기도 하였다.
8일 목압서사의 특별전에 나온 단행본들을 일견한 주민 송승화(41) 씨는 “학교 다닐 때 배운 실학파 학자들과 관련한 책들을 지리산 골짝에서 볼 수 있어 참 좋다.”며, “짬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볼 생각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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