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왜 녹차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023년 2월 24일 오후 6시 30분 목압서사 연빙재(경남 하동군 화개면 맥전길4, 목압마을)에서 열린 인문학특강에서 홍순창(한국차자조회장·화개제다 대표) 박사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강의 주제가 ‘왜 녹차를 마셔야 하는가?’였다.
(재)하동세계차엑스포조직위원회가 오는 5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한 달간 목압서사 인근인 하동야생차박물관 일원과 하동스포츠파크에서 ‘2023 하동세계茶엑스포’를 개최하므로, 미리 이 지역 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조해훈 목압서사 원장이 이렇게 주제를 정하고 강사도 섭외한 것이다.
홍 박사는 “나눠드린 강의 자료집에도 나와 있다시피 녹차를 꾸준히 마시면 암과 치매, 당뇨 예방 등 많은 효능들이 있다고 학술적으로 인정돼 있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이 대체로 차를 만들거나, 차를 마시는 차인들이어서 차에 대한 상식이 많으므로 자료집은 참고만 하십시오.”라고 말문을 이어나갔다.
자칭 타칭 우리나라 최고의 녹차전도사로 일컬어지는 그는 “제 아버님인 홍소술 화개제다 설립자께서 1년 전인 2021년 2월에 92세로 별세하셨습니다. 평소에 아버님은 누가 ‘어디가 아프다.’,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하면, ‘녹차를 많이 안 마셔서 그래. 녹차를 많이 마시게.’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봐라. 녹차를 많이 마셔서 이처럼 건강하다.’라고 평소에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아버님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녹차를 평생 마시다 보니 65살인데도 아직 아픈데 없이 건강합니다.”라고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홍 박사는 또 “이 자리에 녹차 전문식당인 ‘찻잎마술’을 운영하는 조영덕 사장이 와 있습니다. 조 사장과는 20대 때부터 차로 인연이 맺어진 친구입니다. 저는 20대 때부터 부산에서 아버님이 만드신 화개제다 녹차를 홍보하고 판매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녹차를 마십시다.’라는 녹차 마시기 전도를 했습니다. 부산의 각 대학에 차회를 조직한 데도 사실 제 역할이 지대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 사장을 만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사람들을 보면 차통을 들고 다니며 차를 마십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차의 본향으로 일컬어지는 이곳 화개에도 녹차를 판매하는 찻집보다는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많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만나면 ‘이곳 화개동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가에 전통찻집이 즐비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기네스북에 올랐으면 한다.’고 늘 이야기 합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녹차를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자판기에도 녹차가 있고, 도시락을 주문하면 생수병 대신 녹차병을 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그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우리가 녹차병을 들고 다니며 마셔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성인병 환자가 계속 증가하므로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녹차 마시기를 적극 권장해야 합니다. ”라고 강의를 계속했다.
홍 박사는 이어서 “우리나라의 차를 이야기 할 때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선 후기에 거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우리나라의 차를 부흥시킨 분이지 않습니까?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다산 선생은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라고 차를 찬양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치고 저에게 다산 선생의 이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 아버님도 한국차생산자협회장을 맡아 활동하셨지만, 저 역시 그 조직의 회장을 맡아 계속 좋은 차 생산을 독려하고 전 국민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차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회사든, 학교든, 군대든 막론하고 불러주기만 하면 기꺼이 달려가 우리 녹차를 마실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차생산자협회는 현재 한국차자조회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석사 논문은 차를 주제로 써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차에 관한 책과 자료을 읽어보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일찍부터 차를 국가가 전매했습니다. 왕실 차밭을 별도로 운영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차를 전매하지 않았습니다. 앞선 정부의 청와대와 현 정부의 대통령실에서도 녹차를 마신다는 소리를 그다지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영덕 ‘찻잎마술’ 사장이 “그러면 대통령실에서 차를 마시고 대통령께서 녹차를 마시는 장면을 수시로 보여줄 때까지 계속 차를 보내드립시다.”라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그 방법도 설득력이 있네요.”라고 호응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화개지역에 산재한 둥치가 굵은 차나무와 특이한 차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해 사진까지 곁들여 『차신(茶神)』이란 책을 펴낸 바 있다.
차(茶) 명인(名人)인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은 “맞습니다. 우리만 차를 마시자고 늘 외칠 것이 아니라, 조영덕 사장님의 말씀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차에 대한 홍보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녹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있으면 그걸 개선시켜 국민들이 마음 놓고 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커피 마시듯 편리하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음료 방식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홍순창 박사의 강의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강의가 끝나고도 참석자들은 차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밤이 깊어서야 지리에서 일어섰다.
이날 김애숙 원장과 조영덕 사장, 여러 차인들, 박현호 화백, 그리고 지리산 전문 산꾼인 칠성 박성섭·솔길 이주수 선생, 화개악양농협의 청계 송승화 대리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김애숙 원장 등 여성 차인들이 찰밥을 비롯해 여러 음식과 과일을 준비해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맛있게 나눠먹었다. 자연스레 차회까지 이뤄졌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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