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오전 10시부터 ‘목압마을 2022년 결산 및 대동회’가 개최됐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렸다. 집집마다 한 사람 이상 참석했다.
이에 앞서 2시간 가까이 필자의 집 마당과 마을 길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었다. 영하 9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머리까지 젖었다.
오전 10시 조금 못 돼 마을회관으로 갔다. 주민들이 회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방에서는 마을 부녀회의 여성분들이 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10시가 되자 최동환(61) 이장의 진행으로 2022년 목압마을 한 해 살림살이에 대한 결산 보고가 있었다. 보고를 마친 뒤 최 이장은 “혹시 결산 내용에 대해 의문사항이나 궁금한 게 있으신 분들은 말씀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주민들은 “없습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달 전라남도 일원 야유회 및 화개면 체육대회 관련 입금 및 지출 내용까지 포함해 2022년 목압마을 한해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 없이 통과됐다.
마을 노후 관로 교체 및 상수도 요금 징수 관련 이야기로 이어졌다. 최근에 마을의 노후 관로 교체 공사가 마무리됐다. 최 이장은 “우리 마을은 취수원의 물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아 물을 절약하자는 차원도 있어, 1년에 호당 3만 원가량 상수도 요금을 걷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이장은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잘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장인 제가 판단하기로는 상수도 요금을 징수한다고 해도 큰돈이 되는 것이 아닌 데다, 다른 수입원이 좀 있으므로 지금처럼 요금을 걷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광역 상수도가 몇 년 뒤에 들어온다고 하니 그때는 군에서 사용량에 따라 일괄 징수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여 상수도 요금 징수 문제는 광역 상수도가 설치될 때까지는 종전대로 걷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이장은 “만약 외지인이 마을에 집을 신축해 들어올 경우 상수도 관련 100만 원을 걷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집안까지 상수도관뿐만 아니라 계량기 설치 등 제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이 문제도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현 100만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제 역시 광역 상수도가 들어오면 아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결정지었다. 이장은 “우리 마을은 현재 목압에 33가구, 맥전에 13가구 등 48가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화개악양농협장이 들러 잠시 인사를 했다. “여러분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농협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감사 인사차 들렀습니다. 또 다른 마을 대동회에도 가봐야 해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계속해서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선임 문제로 이어졌다. 정병원 목압마을 개발위원장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했다. “최근에 개발위원들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 됐습니다. 새마을지도자는 박병태(62) RG펜션 사장님을 그대로 유임하기로 했습니다. 이장도 현 최동환 이장님을 그대로 유임하자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금 마을에 몇 건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장이 바뀔 경우 혼선을 빚을 우려도 있고 해서 그렇습니다. 주민 여러분께서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주민들은 “동의합니다.”라고 말해,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는 유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부녀회 측에서도 “현 부녀회장을 유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이장은 “제가 너무 오래 이장을 맡아 송구합니다. 마을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마을 뒷산의 ‘송이산’에 대한 안건도 제시됐다. 김갑덕(68) 씨가 송이산과 관련해 마을과 3년 계약을 맺어 그동안 송이를 채취했으며, 1년 연장해 올해도 송이를 수확했다. 김갑덕 씨는 “올해 50만 원밖에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3년 계약금은 180만 원이었다. 내년 대동회 때 다시 지원자를 받아 3년 계약을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음은 마을 취수원 관리자 문제로 넘어 갔다. 이장은 “그동안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마을의 취수원 관리 일을 했습니다. 혹시 봉사 차원에서 하실 분이 계십니까?” 취수원을 관리하는 일은 힘들어 대부분 꺼린다. 취수원이 마을 위 국사암에서 한참을 올라가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 1년에 최소한 20회 가량 올라가 관리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지원자가 없었다. 필자가 이장에게 말했다. “제가 봉사 차원에서 하겠습니다.” 이장은 “몇 년 전에 하셨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필자는 ”괜찮습니다. 마을을 위해 하는 것도 없어 그 일이라도 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리하여 취수원 관리자는 필자로 정리됐다.
이렇게 해 2022년 목압마을 한해 결산 및 대동회는 공식적으로 마무리 됐다. 이장은 “이제 음식이 나올 겁니다. 준비한 건 별로 없지만 즐겁게 드시고 술도 한 잔 하시면서 편하게 그동안 서로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말을 했다.
떡과 삶은 돼지고기는 물론 생선회까지 나왔다. 참석자들은 “차린 게 없다더니 먹을 것만 많구먼.”이라며, 담소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음식을 먹었다. 좀 있으니 떡국까지 나왔다. 마을회관 뒷집에 사는 이완근(68) 씨는 “떡국에 굴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가 더 맛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떡국이 너무 맛있네.”라며 한 그릇씩 다 비웠다. 필자도 여러 음식을 먹은 데다, 떡국까지 먹고 나니 배가 남산만 해졌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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