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28) 하동향교 2023년 춘기 석전대제 봉행
2월 28일 대성전 일원서 진행돼
김영선 하동부군수 초헌관 맡아
1415년 창건돼 수차례 중건·보수
조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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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12:37 | 최종 수정 2023.03.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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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하동향교는 향교 내 대성전 일원에서 춘기(春期) 석전대제를 봉행했다.
이날 석전대제는 박명환(89) 전교를 비롯해 유림과 기관·단체장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전에 모셔진 성현에게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를 시작으로 초헌례·아헌례·종헌례·분헌례·음복례·망예례 순으로 진행됐다.
석전대제는 추병문 의전수석장의의 집례로 하승철 군수 대신 김영선 부군수가 초헌관, 하재철 하동경찰서장이 아헌관, 황영태 하동고등학교장이 종헌관을 각각 맡아 헌작했다.
또 여태진 재무수석장의와 이형환 연락수석장의가 분헌관, 김동희 하동향교감사가 축관을 각각 맡았다.
이날 필자도 석전대제에 참여했다. 대성위(大成位) 봉향(奉香)을 맡은 분이 개인 사정상 불참하게 돼 부랴부랴 필자가 이 일을 대신했다.
초헌관이 대성전에 모셔진 성현에게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 때 초헌관 옆에 앉아 향을 피우기 쉽도록 향로를 들어 옮기는 등의 역할을 했다.
또 초헌관과 아헌관, 종헌관이 술을 올릴 때 빈 술잔에 술을 받아와 전달하는 일도 했다. 이 역할은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필자가 하게 된 것이다. 술잔을 받고 드릴 때 반복해서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크게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선비차 다례를 할 때 그런 동작을 하므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일어나는 행위는 이미 숙달돼 있었던 것이다.
석전대제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유교의식이다. 매년 봄(음력 2월 초정일)·가을(음력 8월 초정일) 두 번에 걸쳐 거행되며 유교 선현들의 가르침을 기린다. 대성전에 모셔진 공자·증자·안자·맹자·자사 등 5성(聖)과 주자·정자 등 송조 2현(賢), 최치원·정몽주 등 동국 18현(賢)의 학덕을 기리고 인의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 향교2길에 위치한 하동향교는 1983년 8월 6일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23호로 지정됐다. 3499㎡ 면적에 대성전·명륜당·양사재 등 건물 10동으로 구성돼 있다.
지방의 관학기관으로 조선시대인 1415년(태종 15년) 고전면 고하리에 창건된 하동향교는 임진왜란 때 완전 소실되었다가 1603년 중건되었다 현종 6년인 1665년에 횡천면 횡천리 내기(內基)로 향교가 옮겨졌다. 이후 1736년(영조 12년) 부사 민진기가 향교를 횡천면에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전교를 6차례 역임한 정한효(1938~2021) 전 성균관장 직무대행이 국비·도비·군비와 사재를 기증해 1983년에 서재를, 1984년에 동재를 복원하고, 1986년에 양사재를 신축했다. 또 1987년에 동·서무를 중건, 1988년에 명륜당을 중수하고, 1989년에 장의재를 신축했다. 1990년에 담장을 개축하고, 1991년에 화장실을 신축하고, 1992년에 대성전과 1994년에 풍화루를 전면 중수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하동향교는 조선시대에 30명의 교생을 두고 교관이 교육했으나 갑오개혁 이후 교육적인 기능이 사라지고 현재 봄과 가을에 석전을 봉행하며 초하루와 보름에 알묘 분향하고 있다.
또한 문화재청과 하동군 등의 지원을 받아 하동군민들을 위해 하동의 역사를 포함한 각종 인문학 강의와 한시·한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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