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창끝으로 무장한 검은 투구 검투사
낙동강하구 도요등 서편 모래톱에 순간 매의 공격으로 일부 도요물떼새들이 빠져나가고 갈매기들은 상공을 선회하다 그대로 앉았다.
그 속에 큰검은머리갈매기가 보였다. 작년 4월에 명금머리에서 만난 겨울옷을 입고 있는 큰검은머리갈매기는 재갈매기와 한국재갈매기 사이 덩치가 큰 녀석이지만 예쁘장한 모습이다. 영어 이름 Pallas's Gull은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를 상징하는 것은 투구와 방패인 아이기스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아이기스에는 원래 아테나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아테나의 실수로 사망한 팔라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에 페르세우스가 아이기스에 메두사의 머리를 붙이게 된다. 그리스 신화 팔라스 이야기 중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스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아테나가 전쟁을 치르고 난 뒤 갖고 있던 무기를 수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수선을 맡겼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를 보자마자 그녀의 미와 지성에 감탄하였고 곧 구애하였다고 한다. 아테나의 눈에 헤파이스토스는 만족할 만한 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프로디테와는 달리 이성 간의 사랑에는 관심이 없기에 아테나는 헤파이스토스의 구애를 거절하였다는 이야기처럼 창끝으로 가슴을 찔리는 아름다움에 고통을 느낀다.
큰검은머리갈매기는 흑해, 카스피해, 몽골 등지에서 국부적으로 번식하고, 홍해, 페르시아만 연안, 인도 연안에서 월동한다고 한다. 땅에 둥지를 틀고 2개에서 4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또한 습지에서는 시끄럽게 하지만 번식 때는 검은 후드를 덮어쓰고 과묵할 정도로 침묵한다고 한다. 큰검은머리갈매기는 물고기, 갑각류, 곤충 및 심지어 작은 포유류를 사냥하여 먹는다. 1859년 영국에서 관찰한 결과 큰검은머리갈매기가 서유럽을 드문 지나가는 나그네로 기록하였고, 또한 인도양의 남쪽과 아프리카 남부에서 동부 해안을 따라 불규칙적으로 매년 도래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길 잃은 새로 분류하고 한강, 낙동강하구, 어청도, 흑산도, 천수만 등에서 관찰된다.
갈매깃과 여러 속과 종이인데 큰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갈매기는 다른 속으로 분류되고 있고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고대갈매기가 같은 속으로 있다는 것이다.
갈매기속(Ichthyaetus)에는 홍해에 서식하는 흰눈갈매기(White-eyed gull), 큰검은머리갈매기(Pallas's gull), 지중해의 오두앵걸(Audouin's gull, Mediterranean gull) 고대갈매기(Relict gull) 등이 있다.
큰검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는 전통적으로 갈매기속(Larus)으로 분류하지만 계통은 검은머리갈매기는 다른 속으로 분류한다.
고대갈매기와 검은머리갈매기는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큰검은머리갈매기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종이지만 각종 개발과 기후변화 때문인지 우연한 일인지 서식처가 여러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간혹 봄철 이동 시기 낙동강하구에 찾아 잠시 머물다 번식지로 이동한다. 요즘 환경의 변화가 심한 낙동강하구에 관찰되지 않고 있다. 관찰할 수 있는 장소는 녹산수문 아래와 명금머리는 썰물 때, 물이 낮은 밀물 때도 명금머리 관찰된다. 도요등과 신자도는 밀물 때 관찰할 수 있다.
2018년 4월 햇볕은 뜨겁다. 아직 찬 기운 남아있었다. 도요등 동편에서 서편 근처에 재갈매기들은 아주 민감하다. 150m에서도 우리의 움직임 감지하는 동시에 날아오르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조심한다. 모래톱이 서편 길게 물의 사이 모래톱이 형성되어 가까운 거리이지만 경계 풀고 있다. 거센 파도가 덮칠 듯하여도 이겨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며 싸움에 나서는 검투사처럼 서 있다.
이처럼 낙동강하구에서 길 잃고 헤매는 갈매기 아니라 지속으로 찾아 주는 검은 투구 쓴 검투사를 만나고 싶다. <글·사진 = 김시환>
◇김시환 습지보전활동가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현)
▷국립습지센터 습지블로그 모니터링 기자 (전)
▷낙동강하구 탐조 가이드북 『낙동강 하구의 새』 공동저자
▷낙동강 하구 정기조류조사
▷도요물떼새이동표식조사
▷고니조사
▷부산연구원조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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