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10. 계성과 유경③
박기철
승인
2024.04.14 11:31
의견
0
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10-3. 수단방법을 안가리던 유경
알았어. 고마워. 아까 내가 너한테 네가 떵떵거리며 살았을 거 같다고 했잖아. 네 첫 인상이 귀티가 나서 그랬어. 너 확실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었지?
그렇지. 우선 나는 아주 잘 살던 나라에서 태어났어. 당시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었어. 상업과 교역을 많이 하던 생기 넘치는 도시였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똑했어. 요즘 서양사람들이 쓰는 문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글자였어. 당시에 상형문자나 설형문자 같은 것이 아주 어려웠거든. 장사를 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사에 도움이 되도록 보다 쉽게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었어. 그 문자가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쉬워서 여러 나라로 펴져나가게 되었지.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코 제국을 이루려고 하지 않았어. 그냥 배타고 지중해를 누비며 여러나라를 다니며 장사해서 돈 버는 일에만 신경썼어. 그 때 해양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리하게 개발해서 만든 갤리선이란 배는 이후 모든 배들의 원형이 되었지. 원래 상선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군함으로까지 발전되지. 바람을 동력으로 하는 돛과 사람이 젓는 노가 있는 그 배는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기동력이 좋았지. 그런 배를 타고 장사를 아주 민첩하니 영리하게 잘 했지.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돈이 많고 잘 돌았어. 돌고 도는 돈이었지. 그런 나라의 공주로 태어났으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맞지. 그런데 나는 내가 살던 가까운 아랫 나라의 왕한테 시집가게 되었어. 대충 알다시피 정략적 결혼이었던 거지. 그래도 나는 싫지 않았어. 일단 우리나라가 내가 시집가는 아랫 동네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라서 눈치볼 필요도 별로 없었지. 남편이 다스리는 나라도 나름 강국이었어. 왕도 그런대로 괜찮았어. 나이는 나보다 35살이나 많았지만 나름 남자다웠어. 주변 아랫 나라들로부터 조공을 받는 강력한 왕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만나고 보니 나이는 들었어도 착하게 생긴 게 내 말 잘 듣게 생겼었지. 꼬장꼬장한 꼰대는 아니었어. 나는 젊은 왕비가 되었는데 남편인 왕한테 큰 소리치고 살았어. 나이많은 왕은 나한테 고분고분했어. 나를 좋아해서지. 내가 하자는 대로 했어. 공처가이기도 했어. 왕이 좀 순하기도 했지만 내가 워낙 셌어. 정말 떵떵거리며 살았지. 어느 정도 떵떵거렸냐 하면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걸 가지고 싶으면 내 마음대로 그러도록 만들고 말았어. 하나의 예를 들어 볼까. 내가 살던 왕궁 주변에 아주 좋은 포도원이 있었지. 남편이던 왕이 먼저 욕심을 냈지. 왕은 그 걸 가지고 싶어서 포도원 주인한테 부르는 대로 다 값을 쳐줄 테니 팔라고 했어. 그런데 주인은 단칼에 거절했어. 거절의 이유는 얍삽한 부동산 알박기같은 게 아니었어. 조상한테서 받은 땅은 절대 팔면 안된다는 저들의 절대적 계율 때문이었어. 그걸 어기면 안되는 거였어. 왕도 그 땅 주인과 같은 민족으로 같은 신앙을 가진 처지니 어쩔 수 없었지. 아무리 왕이더라도 남의 땅을 마구 빼앗을 순 없잖아. 답답해진 남편은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어. 예쁜 여자도 아닌 그깢 땅한테 극심한 상사병(相思病)이 걸리고 만거지. 그 만큼 나이든 남편은 유약한 측면도 있음면서 그토록 그 땅을 가지고 싶었던 거지. 난 보다못해 왕한테 가서 이렇게 조용히 말했어. 그냥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하라고… 당신한테 그 포도원을 떡하니 안겨 드릴 테니 당신은 그냥 편하게 밥이나 잘 자시고 있으라고… 이후 나는 계략을 꾸몄어. 일단 나는 나라에 가뭄이 들었으며 그래서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몸과 마음이 지금 심각하게 아프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어. 그래서 포도원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금식하라고 했지. 그리고 내 말을 잘 듣을 법한 동네 건달 두 놈을 시켜 포도원 주인들에게 접근하도록 했지. 사주(使嗾)를 한 거야. 즉, 동네 건달 두 놈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일을 시킨 거지. 포도원 주인이 그들이 믿는 하나님과 왕을 저주하였다는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서였지. 포도원 주인은 내 계략에 말려 들었어. 실제로 그런 저주를 한 건 아닌데도 그가 한 말의 한 부분을 딱 떼어서 그가 말한 전반적 맥락과 관계없이 그런 저주의 말을 했다고 했지. 이후 나는 포도원 주인이 한 말을 가지고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노라고 선전했지. 포도원 주인이 하나님과 왕을 믿는 신실한 사람인 줄 알았던 동네 사람들은 흥분했어. 그렇게 선동당한 동네사람들은 포도원 주인한테 쳐들어가 무참히 살해했어. 포도원의 상속자인 아들들까지 때리고 베어 죽였어. 선동당한 군중은 무서워. 그렇게 해서 결국 그 탐나는 포도원은 왕의 소유가 되었지. 왕은 흐뭇해 하며 나를 더 좋아하고 신뢰하게 되었지. 내가 일처리하는 방식 들었지. 나는 내가 원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 계략 모략 전략 모든 걸 다 동원해서 이루어 냈어. 늙은 이리처럼 노회(老獪)하지도 않은 젊은 여자가 간교하며 교활했던 거지.
유경! 너 참 엄청난 능력녀 능력자네. 얼핏 보면 얌전해 보이기도 하는데 너한테 그렇게 교활한 면이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네가 포도원을 빼앗기 위해 벌인 일같은 일들이 지금도 세상 여기저기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던데. 전반적 맥락과 상관없이 어느 한 부분을 뚝 떼다가 그걸 가지고 그를 궁지로 모든 수법… 특히 부정적 사건을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편향적 언론들이 그런 얍삽한 수법을 많이 쓰고들 있지. 그런 걸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하던데.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그런 기사가 언론으부터 나오면 정말 그런 줄 알고 어설프게 선동당하기 마련이지.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