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148) 상상의 벽 2 - 사진가 박태균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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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10:00 | 최종 수정 2024.11.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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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벽 2
사진가 박태균
생활의 방편으로 선을 긋고
많은 손길이 골목을 장식한다.
자연스레 보이는 시간의 흔적들이다.
정겨운 곳에 펼쳐진 무명의 작품들은
주변과 어우러져 갤러리로 변하고
즐거운 상상에 날개를 단다.
골목길에 오가던 수많은 사람들과
창문 밖으로 들려오던 이야기 소리는
벽화에 하나 둘 묻어나 빛을 발하고
마음이 가면 사진이 된다.
사진전 「상상의 벽 2」을 관람했다. ‘2024. 11. 21’
숨도 쉴 수 없게 무더웠던 지난여름 사진가 박태균은 「상상의 벽 2」 전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벽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수채화로 그린 추상화처럼 다양하게 읽히는 아름다운 무늬들이었다. 색감 또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파스텔 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분명 벽이 주제였는데, 눈앞에 펼쳐진 무늬들은 벽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지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박태균은 벽이라는 통상의 개념을 깨고 새로운 벽을 창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아니라, 막막한 벽 앞에서도 아름답게 발현하는 자유를 사진가 박태균은 거침없이 구현해 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편의 사진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재현해 낸 한복 연구가 조민숙의 솜씨는 언어로도 문자로도 표현이 안 되는 감동이었다. 이 두 예술가의 앞날에 정오의 햇살이 당도하기를.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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