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비상계엄 선포는 '미친 짓'
조송현
승인
2024.12.04 14:21 | 최종 수정 2024.12.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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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미친 짓이다! 어떻게 이런 미친 짓을...!”
서울에 사는 큰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빨리 TV를 켜보세요,”
“왜?”
“윤석열이가 비상계엄을 선포했어요.”
“뭐라고! 계엄, 비상계엄이라고!”
TV를 켜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긴급담화 장면과 군병력의 국회진입 장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순간, 필자는 저도 모르게 “미쳤다. 윤통이 미치지 않았다면 이럴 수는 없다. 이건 미친 짓이야!”라고 소리쳤다. 동시에 전두환 신군부의 5·18광주민주화운동 시위대 진압장면이 떠올랐다. 몸서리가 쳐졌다. 세계의 민주화 모범국가이자 10대 경제대국인 2024년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니!
이건 미친 짓임에 틀림없다. 만약 윤 대통령이 미치지 않았다면 이건 국가와 국민을 엄청난 위기에 빠뜨리는 내란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비상계엄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갑자기 왠 비상계엄?”이라며 두려우면서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비상계엄을 발동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계엄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오늘날 상황이 전시나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말인가? 그래서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만큼 무법천지라는 말인가? 이렇게 판단할 대한민국 국민 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유독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은 그의 사고가 정상이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헌법 규정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은 위헌 행위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든 것은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이다. 그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야당이 탄핵과 특검, 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 소굴이 되었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법률가 출신의 대통령의 담화문으로는 지나치게 거칠고 감정적이다. 이성적인 대통령이 국가의 존망이 걸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긴급담화문이기보다 맘에 들지 않는 야당을 향한 저주의 비방 글을 방불케 한다.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든 비상식적인 규정이고 판단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야당의 탄핵 시도를 ‘헌정 질서를 짓밟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 국가의 합법적인 정치 행위를 부정하는 행위다. 국회를 법죄자 집단 소굴로 치부하는 대통령의 인식 또한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은 그가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님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국회는 4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2시간 35분이 지난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해 비상계엄을 무효화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2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6시간에 걸친 긴박한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또 이 같은 ‘미친 짓’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비상계엄 재선포, 북한 선제 도발 등의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이번 비상계엄 충격의 여진은 크다.
이제 윤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 자리를 지키는 한 국민은 한시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없게 됐다. 위헌 행위로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속에 몰아넣은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자진해서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는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당도 국민의 뜻에 따라 윤 대통령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위험천만한 '대통령의 미친 짓'을 더는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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