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96) 그날의 오줌 소리 - 이종문

손증호 승인 2025.01.01 09:00 의견 0

그날의 오줌 소리

이종문

결혼 전 마누라가 우리 집에 인사 와서
재래식 화장실에서 오줌을 눈 적 있다
참다가, 참다가 누는 오줌 소리 시원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참 벅차게 요동쳤다
그녀 오줌 내 오줌이 서로 섞인다는 것이
거룩한 우주 생성의 화합처럼 느껴졌다

살다가, 살다가 보면 도분날 일도 있어
마누라가 막무가내 막 미워져 올 때마다
그날의 오줌 소리가 귀에 쏟아지곤 했다

결혼해서 ‘살다가 보면 도분날 일’이 한두 번이었을까요? ‘마누라가 막무가내 막 미워져 올 때’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지만 그때마다 시인에게 ‘거룩한 우주 생성의 화합처럼 느껴졌’던 ‘그날의 오줌 소리가 귀에 쏟아지곤’ 합니다. 그러면 아내와의 소중한 인연이 다시 떠올라 미워하는 마음이 저절로 풀어지는군요. 해학을 곁들여서 겨울 추위도 녹여줄 것 같은 따뜻한 사랑 시조입니다.

손증호 시인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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