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섬진강은 살아 있다 - 조해훈
조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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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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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살아 았다
조해훈
인간은 오래전부터 강가에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아왔다
물은 사람의 목숨을 이어주는 생명이니
전라북도에서 오백 리나 흘러 내려오는 섬진강은
얼마나 많은 생명을 먹여 살렸는지 모른다
섬진강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
개 고양이 돼지 소 닭 오리 염소
뱀 지렁이 개구리 붕어 쏘가리 은어
목숨 붙이는 최다 먹여 살렸다
비바람 몰아치는 밤이면
강물은 외로워 가슴앓이하며 울다가
날 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모습으로
살아있는 생명들 우울해하지말라고
밝은 햇살 쪼이며 환하게 웃는다
죽은 것들 다 품어 제 가슴에 묻어주고
몇만 년이고 몇천 년이고 간에
하루도 어김없이 오늘도 흐르고 있으니
섬진강은 가장 오래 사는 생명이다
자신도 가끔 서러워 눈물 흘리지만
다른 목숨의 눈물 다 닦아준다
- 시집 《섬진강》 서시
<시인,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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