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53) 추석 대목 앞두고 구례장에 가다

3·8일 서는 구례장 사람 많아 떠밀려 다녀
추석 상차림에 올릴 야채·과일·생선 다양해
시골장엔 혼자보단 동행인 있어야 재미있어

조해훈 승인 2024.09.10 14:45 의견 0
말린 고추 파는 곳을 둘러보는 아주머니들. 사진= 조해훈

2024년 9월 8일, 오전에 전남 구례군에 있는 구례장에 갔다. 필자가 사는 하동 화개면 목압마을에서 30분가량 걸린다. 오랜만에 3일과 8일에 서는 구례장에 가는 것이다. 추석을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일요일이어서 장이 많이 붐빌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에 가니 차를 주차할 곳이 없었다. 다행히 필자의 차는 경차인 모닝이어서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땡볕 아래이지만 세울 수 있었다.

필자는 수년 동안 자가용 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다 한 달 전에 붉은색 모닝 중고를 한 대 구입했다. 어깨에 메는 가방에 무거운 노트북과 책을 가득 넣고 다니다 보니 무릎의 관절이 계속 아프고 부어서였다.

장에 들어서자마자 필자의 남동생이 화개버스터미널 옆에서 운영하는 ‘쉼표하나 카페’의 건물 주인인 김선이(69) 사모님과 그 여동생으로 카페 옆에 김영이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영이(65) 여사를 만났다. 이들 자매는 벌써 장을 보고 나가는 중이었다.

할머니들이 야채 파는 골목 쪽으로 가니 왼편에 있는 카페가 문을 닫았다. ‘장날인데 왜 문을 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왼쪽으로 골목을 꺾어 야채 등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대추와 단감도 벌써 시장에 나와 있다. 사진= 조해훈

벌써 밤과 대추가 많이 나와 있었다. 말린 고추 파는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단감 파는 곳도 있고, 알토란과 토란대 말린 것을 파는 곳도 있었다.

중간쯤 길 왼편에 자연산 물고기를 파는데 보니 ‘빠가사리’와 ‘손으로 깐 다슬기’도 팔았다. 동자개인 ‘빠가사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필자가 국제신문 기자 시절 강원도 춘천에 갔을 때 춘천호 인근에서 빠가사리 매운탕을 먹은 기억이 있다. 조금 더 직진하면 시장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어패류 등을 장터이다. 오른편에 보니 회를 썰어 파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떠밀려 다녔다. 추석 대목을 앞둔 장답게 파는 물건도 다양했지만 사람이 많으니 그 자체로 좋았다.

이곳을 지나 쭉 가면 족발 파는 가게와 잡곡 등을 파는 가게 등이 있다. 그런데 장에 올 때마다 과일을 사는 임시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다. 과일가게 아저씨는 순천에서 과일을 경매 받아와 팔았다. 그 길을 따라 더 가면 4차선 도로를 만난다. 도로 건너 왼쪽으로 보니 이디아커피 구례점이 보였다. 키페에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키노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가 나와 한 모금 마시려는데 고등학교 동창인 정주로부터 문자가 왔다. 정주는 사진을 잘 찍을 뿐 아니라 글도 잘 쓴다. 게다가 그림도 잘 그린다. ‘꽐라’라는 단어를 가지고 쓴 글과 그림을 보내온 것이다. 몇 번 카톡을 주고받다가 오늘 장에서 살 것을 생각했다.

대야에 낚시로 잡았다는 자라를 팔고 있다. 사진= 조해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카페에서 나와 길 건너 도로를 따라 축협마트 쪽으로 내려갔다. 도롯가에 여러 사람 모여 무얼 구경하고 있었다. 뭔가 싶어 보니 이가 몇 개 빠진 아저씨가 스테인리스 대야에 살아있는 자라 여러 마리를 팔고 있었다. “낚시로 잡았어요. 조금 작은 것은 4만 원, 큰 것은 5만 원이라요. 고아 먹으면 남자들에게 정말 좋아요.” ‘자라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살아있는 저걸 어떻게 고아 먹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를 떴다. 그 옆의 생활용구들을 파는 생활마트에 가 “휘발유 담는 통 작은 것 있습니까?” 물으니, “작은 것은 없고 한 말짜리와 반 말짜리는 있어요.”라고 해 그냥 나왔다.

할머니가 다양한 야채와 참기름 등을 팔고 있다. 사진= 조해훈

그런 후 그 인근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에 들어가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식당이었다. 이전에는 구례장에 오면 아래쪽 골목에 있는 해병대 출신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국밥집에서 먹었다. 그 식당은 항상 붐볐다. 식당 문 좌우로 몇 해 전 여름에 홍수가 나 이곳이 물에 잠겼을 때 식당 아저씨는 해병대전우회 회원들과 고무보트를 타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한 모양이었다. 그 당시의 사진을 크게 확대해 여러 곳에 붙여놓은 것이다.

국밥을 한 그릇 먹은 후 어패류 파는 골목을 거쳐 다시 과일 파는 임시가게 쪽으로 가다 철물용구들을 파는 가게로 갔다. 예초기를 사용할 때 머리에 쓰면 망으로 얼굴을 가려주는 안전모를 1만 원에 사고, 예초기를 쓸 때 휘발유와 혼합하는 혼합유를 1통에 6천 원 주고 구입했다. 차산(茶山)에 억새 등 풀이 너무 많이 자라 예초기로 그것들을 벨 생각이었다.

아주머니가 생선을 팔고 있다. 사진= 조해훈

거시서 나와 어패류 골목 입구에서 파는 조기 3마리를 샀다. 아저씨는 “국산 조기인데 좋아요. 싸게 팔아요”라며 네게 팔았다. 추석 때 쓸 생선이었다. 조기를 구입한 후 거기서 넓은 시장길을 따라 걸었다. 사거리 왼쪽에 상추와 부추 모종, 도라지 등을 파는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시장으로 들어왔던 곳으로 향했다. 아주머니가 사과를 한 무더기에 1만 원, 2만 원에 각각 팔았다. 1만 원짜리는 크기가 너무 작아 2만 원짜리를 샀다.

상추와 부추모종 등을 팔고 있는 가게. 사진= 조해훈

3일, 8일 장인 구례장은 면적이 넓은 데다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것이 많다. 인근 농가에서 생산한 야채는 싱싱하다. 어패류는 주로 여수에서 온다고 했다. 시골장에는 친구와 같이 오든 누구와 함께 오면 좋지만 혼자 오면 별로 재미가 없다. 일전에 부산에서 최원준 시인이 남동생과 여동생을 데리고 함께 와 필자와 사과를 산 맞은 편의 국수 파는 가게에서 줄을 서서 국수를 사 먹은 적이 있다.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장에 오면 삶의 활력이 생긴다’는 말들을 한다. 필자도 장에 가면 그런 느낌이 든다. 여러 물건이나 야채, 생선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상인이나 장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느낀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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