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4년 5월 29일) 오전 9시 조금 넘어 하동 화개의 ‘쉼표하나’ 카페 사장이자 필자의 남동생인 조병훈(62)은 부산 벡스코 제1 전시장에서 5월 29일~6월 1일 열리는 ‘제14회 BUSAN COFFEE SHOW'를 둘러보러 출발했다.
오늘은 혼자서 종일 카페지기를 해야 한다. 남동생은 부산 남천동 삼익비치에 사는 여동생 조정희(59)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했다.
남동생이 지난 해 11월 1일부터 이 카페를 인수하였으니 벌써 만 7개월을 운영했다. 필자의 집안은 대대로 장사라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남동생의 무료함과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다른 장사도 아니고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파는 카페이니 무난할 거라 생각하였다.
필자는 거의 매일 아침에 카페의 문을 열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며 주로 오전에 글을 쓰는 작업실로 이용한다. 남동생이 카페를 인수하기 전에도 이 곳에서 오전에 주로 글을 쓰던 곳이다.
지난해 삼익비치아파트 B상가에 ‘3·3 부동산공인중개소’ 사무실을 열어 운영하고 있는 여동생이 주말마다 남편과 카페에 온다. 부지런한 여동생은 오자마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카페 일을 돕는다. 여동생은 남편 차를 타고 함께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토요일에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온다. 매제는 주로 일요일에 온다.
여동생은 재작년 말에 부동산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취득했다. 원래 남편이 퇴직 후 부동산사무실을 운영하려고 공부를 하다 건강이 나빠져 그만두자 여동생이 책을 받아 공부해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남동생은 경기도 일산에 아파트가 있고, 필자와 여동생은 남천동 삼익비치에 살았다. 그러다 필자는 2017년 봄에 지리산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삼남매가 일이 있으면 만나지만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남동생이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우리 삼남매가 자주 만난다. 카페를 운영하는 장점 중의 하나다. 남동생이 카페의 사장이므로, 필자는 일절 경영 부문에 관여하지 않는다. 시골 카페인데다 주변에 카페가 자꾸 생겨나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다. 매달 내는 달세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짐작만 한다.
여하튼 필자는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신 집안의 맏이여서 표현은 자주 하지 않지만 삼남매가 만나면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 여동생네는 카페에 오면 남동생 집에서 잠을 잔다. 남동생이 카페 인근에 집을 얻어 혼자 생활을 한다.
얼마 전인 5월 11일 저녁에 우리 삼남매는 하동읍내 모 식당에 가 저녁을 함께 먹었다. 필자는 “이렇게 우리 삼남매가 함께 밥을 먹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밥은 내가 살 테니 자주 밥을 먹자.”라고 말했다. 필자는 부모님께서 안 계신 상황이다 보니 빈쯤은 부모님의 마음이다.
지난 주 토요일인 25일 저녁에도 카페 인근 섬진강맛집 식당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은 매제도 함께 했다. 은어회 한 접시를 시켜 먹었다. 덕분에 필자는 올해 처음 은어회를 맛보았다. 저녁을 먹고 매제를 포함해 넷이서 화개면사무소를 거쳐 화개장터 앞으로 돌아 다리를 건너 산책도 했다. 남동생이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함께 걷는 경우가 잘 없다. 남동생은 살이 다 빠져 거의 뼈만 앙상하다. 그러다보니 걷는 게 휘청휘청 한다. 필자도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 요즘 당뇨 수치가 많이 올라 내려가지 않는다.
그렇게 저녁을 함께 먹고 산책까지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카페 앞에서 해어졌다. 필자는 목압마을에 있는 집으로 올라가고, 남동생과 여동생 내외는 남동생 집으로 갔다.
원래 우리는 3남 1녀였다. 1984년 겨울에 나보다 한 살 아래인 남동생 조보훈(趙甫薰)이 24세의 나이에 부산역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경찰의 연락을 받고 가시어 확인하시고서는 “이왕 죽은 것, 지 팔자이니 부검도 하지 마시라.”며, 바로 화장을 하셨다. 가족이 보게 되면 충격을 받을까봐 그러신 것이었다. 그렇게 필자의 바로 아래 남동생은 세상을 허무하게 떠난 것이다. 그리하여 4남매가 아니라 3남매가 된 것이다.
카페를 남동생이 언제까지 운영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매주 한 번씩은 삼남매가 얼굴을 보면 좋겠다. 여동생도 생활이 있으니 매주 만나는 게 어렵다면 한 달에 세 번 정도는 보면 좋겠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삼남이재지만 말이다. 이런 게 큰 오빠의 마음이리라.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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