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조사 및 연구 전문기관인 가야문물연구원(이사장 겸 원장 곽동철)은 지난 14~17일 일본 간사이(關西)지역인 오사카와 교토, 나라지역의 유적 및 박물관 등을 견학하고 세미나를 가졌다. 곽 이사장을 비롯해 모두 19명이 참가했으며, 필자는 이 연구원 이사 자격으로 동행했다.
14일 첫날은 간사이공항에 내리자마자 오사카부립 야요이박물관(大阪府立弥生博物館)에 먼저 들렀다. 손꼽히는 야요이(弥生)시대 유적인 이케가미소네(池上增根) 유적에 대한 이해 및 야요이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야요이 전문박물관이다. 야요이시대는 대체로 일본의 청동기 시대와 철기시대의 문화를 일컫는다. 박물관장과 학예원들이 모두 나와 맞아주고 설명을 해주었다. 박물관을 나와 사적(史蹟)인 이케가미소네 유적을 이동하면서 본 후 세계유산인 모즈고분군에 갔다.
고분 21기로 이루어져 있는 모즈(百舌鳥)고분군과 인근에 있는 후루이치(古市)고분군 24기를 합쳐 지난 2019년에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모즈고분군에는 천황릉으로 16대 닌토쿠 덴노(仁徳天皇·인덕천황), 17대 리추 덴노, 18대 한제이 덴노 3기가 있다. 이 중에 닌토쿠 덴노의 무덤으로 알려진 다이센 고분(大仙陵古墳)이 가장 크다. 길이가 486m(해자까지 포함하면 840m), 높이가 34.8 m에 달하는 대형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으로 일본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닌토쿠 천황릉’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긴 했지만, 피장자의 신분을 학술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중국의 진시황릉과 함께 세계 3대 고분이라 부른다. 필자는 국제신문 문화부 기자 시절 모즈고분군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날 저녁에는 간사이지역 고고학 연구자들과 세미나를 가졌다. 오사카문화재협회 미나미 히데오(南秀雄) 이사·사무국차장은 “가야문물연구원 곽동철 이사장님과 박승규 상임이사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 연구원들과 한·일 양국의 고고학 연구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가져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오사카역사박물관에 가 유물을 둘러보고 박물관 지하에 보존된 유구 및 복원시설 등을 관람하였다. 1,400년의 오사카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오사카의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가 시간 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10층에서 오사카성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점심식사 후 교토로 가 서양식 근대 벽돌 건축물인 교토문화박물관(京都文化博物館)을 둘러봤다. 여기서 교토시고고자료관에 근무하는 이은진 선생을 만났다. 부산대 고고학과를 나와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學)에서 석·박사 공부를 했다고 했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이동주 동아대 교수와 최연주 동의대 인문사회대 학장은 일행보다 하루 늦게 도착해 이 박물관에서 합류했다.
교토문화박물관을 나와 나라현으로 이동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나라지역의 고고학자들과 세미나를 가졌다. 나라대학 문화재학과 오노시마 준이치(魚島純一) 교수는 “나라지역도 고대부터 한반도와 교류를 한 흔적이 많은 도시여서 가야문물연구원 선생님들과 많은 학문적 토론을 할 수 있어 참으로 고맙다.”고 밝혔다.
3일째인 16일 아침에 곽 이사장과 김수태 신라대 교수, 최연주 동의대 교수, 그리고 필자는 오전 6시30분에 로비에서 만나 나라공원을 산책했다. 필자가 기자시절 나라공원 안에 있는 동대사(東大寺)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날은 이전보다 사슴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동대사는 문이 잠겨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날 첫 일정으로 평성궁자료관과 국영평성궁역사공원을 둘러보고 여러 설명을 들었다. 복원된 대극전(大極展)과 평성궁의 정문인 주작문(朱雀門) 등을 관람했다. 대극전은 궁전 건물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건물로, 즉위의식과 정월 초하루의 조하(朝賀·천황에게 올리는 하례)에는 천황의 왕좌인 ‘고어좌’(高御座·다카미쿠라)가 놓여졌다.
나라분지의 북단인 평성경(平城京·헤이조오쿄오)으로 도읍이 옮겨진 때는 710년이다. 그 이전에는 아스카(飛鳥)와 가까운 곳에 등원성(藤原京·후지와라쿄오, 나라현 카시하라시)에 도읍이 있었다. 평성경은 당나라 장안(長安)을 본보기로 설계된 도읍이다. 남북 약 5km, 동서 약 6km로 도읍의 가운데 북쪽에는 평성궁(平城宮·헤이조오큐우)이 세워졌다. 평성궁에 도읍이 옮겨진 710년부터 장강경(長岡京·나가오카쿄)으로 도읍이 옮겨지는 784년까지의 75년간을 나라시대(奈良時代)라고 한다. 복원된 대극전은 나라시대 전반의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카라코카기유적을 답사한 후 카시하라고고학연구소 부속 박물관을 관람했다. 이 연구소 오카다 켄이치(岡田憲一) 조사부 조사 제2계장이 일일이 전시 유물들을 소개하며 전체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오는 6월 16일까지 ‘집 모양 하니와(はにわ)의 세계’(家形埴輪の世界) 특별전을 열고 있었다. 이동주 교수는 카시하라고고학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를 한 적이 있어 이 박물관 및 연구소 연구자들과 반갑게 조우했다. 이날 저녁에는 카시하라고고학연구소와 부속 박물관의 연구자들과 세미나를 가졌다.
아오야기 타이스케(靑柳泰介) 카시하라고고학연구소 학예부주간 겸 계장은 “저는 충남대 백제연구소에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는 선사시대부터 교류가 있었으며 고고학 연구에 있어 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4일째인 17일에는 오전에 아스카무라 이시부타인 대형횡혈식석실을 답사한 후 키토라고분 및 키토라고분벽화 체험관에 들렀다. 키토라고분의 석실 내에 사신·십이지·천문도·해와 달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일본에서 사신(청룡·주작·백호·현무)의 그림이 모두 그려져 있는 고분 벽화는 키토라고분벽화 뿐이다.
이날 오후에는 치카츠아스카박물관(近の飛鳥博物館)에 들러 전시유물들을 봤다. 필자가 기자시절인 2000년대 초반 이 박물관에 ‘한반도에서 넘어간 사람들’ 취재를 위해 들렀을 때와 달리 전시공간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1층과 반지하층에 전방후원분의 모형이 크게 전시돼 있었다.
이날 오후에 일행은 간사이공항으로 이동해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오후 8시25분에 부산에 도착했다.
한편 경남 함안군 대산면에 본원을, 부산시 강서구 맥도강변길에 부산사무소를 두고 있는 가야문물연구원은 2009년 3월 4일에 문화재청의 법인설립 허가를 얻어 5일 뒤인 9일에 곽동철 초대 이사장 겸 원장이 취임한 후 같은 해 4월 13일에 문화재청 발굴조사 및 지표조사기관으로 지정됐다. 같은 달 19일에 재단법인 한겨레문화재연구원으로 개원했다. 2014년 11월 29일에 개원 5주년 기념 학술대회 및 중국 서안 답사를 가졌다. 2018년 4월 2일 연구원 명칭을 가야문물연구원으로 바꿨다. 5월 14~17일 일본 간사이지방 답사는 가야문물연구원 개원 15주년 기념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곽동철 이사장은 “이번 간사이지방의 한일 교류에 대한 고고학적 답사 및 세미나를 통해 가야문물연구원의 연구자들의 연구가 보다 더 심화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연구자들을 위해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학술관련 연구비 지원 등은 물론 보다 다양한 현장 답사 등을 통해 가야문물연구원의 조사 및 발굴수준을 더욱 향상시켜 우리나라 고고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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