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저 건너에서 누가 온다
손현숙
수평선 너머로 별이 진다 달은 그믐으로 가고 나는 점성술사처럼 사라지는 포말의 미래를 예견한다
말없이도 한 사흘 넘어 닷새까지도 견뎌야 하던 때, 바닷새 울음소리 들렸다 울음으로 물결이 충렁인다 소리도 가슴으로 듣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노을이 물드는 곳에서 새들이 온다 세상이 기울어지면 나도 함께 기울어져서 중심을 옮기는 방법, 바다는 충렁이면서 제 몸의 각을 잡았다 그믐에도 눈을 감으면 눈 속에 환한 달이 뜨기도 했다
밀물 때가 되면 바다는 천천히 몸을 연다 눈을 감고 먼 곳을 보면 들리는 소리, 물의 깊이로 가면서 오는 사람이 있다
- 손현숙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 시인동네 시인선 244, 2024
4년 연재하던 인저리타임의 「손현숙 시인의 '시詩의 아고라'」를 잠시 쉬기로 한다. 그동안 약150명 시인의 시집을 읽고 시와 함께 단평을 썼다. 일주일에 한 권씩 꼬박꼬박 읽었으니까, 대략 계산도 못하겠다. 중원에는 협객이 많아서 시집 마다마다 색과 향이 짙고 아름다웠다. 그러다 어느 날 동력이 뚝, 떨어졌다. 지금이 바로 쉬어 갈 타임. <시즌ㆍ2>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하나님도 모르신다. 지면을 기꺼이 허락해 주셨던 수많은 시인분들과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남의 시 읽는 게 그렇게 좋니? 친구의 질문에 대답을 못했었다. 그러니 지금 할게, 친구야. 그분들이 내게는 모두 시선생님들이었단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