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물권색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저곳의 다섯 공리公理 axiom>

1. 일찍 들어오고 늦게 들어오고 선후배 없이 다 똑같은 동등한 존재다. 존대말 없이 서로 말을 터도 된다.

2. 살아생전에 언제 어디서 살았던 다른 지역에 대해 대충은 안다. 시공간 초월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다.

3. 이승에서의 집착을 다 비워 버려야 하지만 아직 미련이 있다. 물권색 욕망이 강한 인간의 관성 때문이다.

4. 한 방에서 이성끼리 대화하다 방이 바뀌며 이성 상대가 바뀐다. 덕분에 저곳에서의 생기가 은근히 살아난다.

5. 저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최종 정착지가 정해진다. 그러니 저곳은 중간 경유지가 된다.


39. 임제와 인정

♪ Beautiful beautiful brown eyes ♩

♪ Beautiful beautiful brown eyes ♩

♪ Beautiful beautiful brown eyes ♩

♬ I’ll never love blue eyes again ♫

앞으론 절대 파란 눈을 사랑하지 않고

갈색 눈을 가진 당신만 사랑하겠다는 노래지.

Brown은 내 눈동자나 머리처럼 갈색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푸른 눈에 금발이 나왔지.

돌연변이들인 걔들이 이성적 매력이 더 있었지.

히틀러란 자는 그게 게르만족의 원형이라고 떠들었지

하지만 우리 민족의 오리지널한 색깔은 브라운이야.

이름없는 무명씨로 알려진 나는 브라운의 시조야.

그러니 나를 Mr. 브라운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흑해 일대 폰티악 카스피 초원에 살았던 우리는

동쪽으로 내질러 인더스강 유역에 터를 잡았지

인더스 문명을 이룬 검정머리 원주민을 제압했지.

그리곤 이런저런 백성들 서열 정리를 확실히 했지.

제사를 담당하던 나는 가장 윗 계급인 브라만이야.

그 제사를 행하는 종교가 내 이름 그대로 브라만교지.

내가 설치며 살았던 인도 대륙에는 힌두교가 쫙 퍼졌어.

힌두교는 창시자가 없다는데 나야말로 힌두(印度) 시조야.

나 좀 알아주면 좋겠는데 우째 이런 날 알아주질 않아 서운해.

나는 금수저를 여러 개나 물고 태어났지.

고조 할아버지도 오빠도 남편도 아들도 황제였어.

아버지도 전사하지 않았다면 황제가 될 수 있었고

엄마는 존엄한 자였던 초대황제의 증손녀였지.

인류사에 나만큼 빽 좋은 년 없을 거야

아마도 probably가 아니라 분명히 exactly!

황제의 맥박이 면면(綿綿)한 난 야심도 야망도 컸지.

게다가 이쁘고 요염했으니 얼마나 설치며 살았겠어.

그러니 내가 거만 오만 교만했다는 거까진 나도 알아.

그런데 내가 고집도 세고 폭력적이며 비열하고 무자비하다니.

나보다 더 독하고 악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들 그러셔.

내가 후세에 그런 평가를 받는 건 내가 약해서야.

내가 더 원대한 탐욕적 야망과 야심을 가지며

더 거만하고 오만하며 교만했다고 해봐.

더 고집세고 폭력적이고 비열하고 무자비해서

인류최초 여황제가 되었다면 날 우습게 보지 않겠지.

무측천이란 여인이 그랬다는데 나도 그랬어야 했어.

그랬다면 날 함부로 모멸하며 멸시하지 못할 거야.

아들 놈을 기어코 황제로 만든 거까지는 잘 통했지만

황제인 아들과 사이가 틀어지며 권력싸움을 벌였어.

결국 나는 개망나니 아들한테 개죽임을 당하고 말지.

내가 먼저 공격의 선수를 쳤어야 하는 건데, 아!

더 전략적으로 교활했어야 했는데 자만하다 당했지.

綿

綿

박기철 교수

<전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