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난제들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도 거센 반발이 예상
신임 시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10일, 박형준 시장,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기표류사업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여야정 협약식을 열었다.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시정의 난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로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더욱이 선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까지 장기표류사업에 대해 가부간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은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피하고 싶은 사항이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격렬한 반대가 일어날 것이고 내년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황령산스키돔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2년 황령산유원지 운동시설조성사업으로 산을 깎은 채 방치된 자리에 2000년 1월 업체에서 스키돔 건립을 제안했을 때 부산시장은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부산 환경단체들이 나서 산림훼손을 이유로 반대하자 시장은 선거 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다 4년 반 만에 허가가 나고 그 후 2007년 8월에야 겨우 완공했다. 업체로서는 시간이 돈인데 그동안 소송비용, 이자 부담 등으로 운영 10개월 만에 부도를 맞고 지금까지 미해결 상태다. 새로 인수한 업체는 240명 수분양자들에 보상을 하고 스키돔을 해체하여 새로운 놀이시설을 만들고 주변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맞출 계획인데 주변 개발의 정도에 따라 환경단체의 반발이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해상케이블카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부산의 모 건설업체에서 오래 전부터 강한 사업의지를 보였지만, 동백섬 주변 훼손에 따른 환경단체의 반대도 심하고 교통정체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결사반대하는 해운대 주민들을 무시하고 추진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청사포해상풍력은 2013년부터 추진하여 2017년 고리원전 폐쇄에 따른 대체 전원으로서 일종의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2050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사업이지만 일부 주민들이 전자파, 소음, 미관 등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반대하고 있다. 업체로서는 8년 넘게 각종 조사 인허가를 받으며 백억 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으로 불허가될 때는 해운대구청의 직무유기를 들어 손해배상 소송제기 등 후유증도 예상된다.
부산시가 공공병원화를 추진하려는 침례병원은 소유주인 유암코가 이달 중으로 침례병원 민간 매각을 위한 의향서를 받은 뒤 오는 9월 말까지 입찰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유암코는 시의 공공병원화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른 시일 내에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설립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확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해 공청회까지 입찰을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6월 30일 복지부가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개최한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 및 방안 연구’ 공청회 결과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설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공공 기능이 우선이지만 제때 매각하지 못하면 이자 부담이 커 더 이상 입찰을 미룰 수 없다”면서 9월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택지는 정치권을 통해 복지부의 보험자병원 설립을 압박하면서 유암코의 입찰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침례병원이 민간에 매각되더라도 요양병원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추후 재매입하거나 병원에 공공의료 인프라를 넣는 방안에 대해 민간업자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재매입에는 추가 비용이 들고, 협상을 하더라도 민간요양병원에 응급치료센터가 있는 종합병원을 함께 조성하는 것에 대해 민간업자가 거부할 가능성도 있어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부산시의 공영개발 기조에도 불구하고 부산외국어대가 우암동 캠퍼스를 민간업체에 매각하면서 개발 방향이 안갯속에 빠졌다. 우암캠퍼스는 67%가 자연녹지, 33%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어 용도 변경 없이는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허가권을 가진 시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민간 매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우암캠퍼스 부지 개발이 다시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암캠퍼스 인근 상인들은 시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시가 공영개발만 되풀이했을 뿐 매각 과정에서 학교 측과 적극적인 협의 노력이 없었다”며 “7년째 방치된 우암캠퍼스 부지는 또다시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내 결정의 실마리라도 제시한다면 시정의 획기적 진전
다음은 시의 정책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상대적으로 추진이 수월한 과제들이다. 먼저 시청 앞 행복주택 건설은 8월 건립기본계획용역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시·구의회와 간담회 등을 열고 추진 방향을 확정하기로 했다.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사업은 부산진구와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지연됐으나 관련기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발 방향을 확정하기로 했다. 옛 한진CY부지 사전협상 추진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생활숙박시설 규제 강화에 따른 사업자의 기존 협상안 재검토로 표류하고 있었으나, 최근 변경 협상안이 접수돼 신속히 협상 절차를 진행한다. 2013년 이후 뚜렷한 개발계획이 없이 유휴부지로 있는 다대소각장 부지개발 사업은 올해 안으로 개발 방향과 구체적 운영방식을 정하기로 했다. 노후화로 재건축이 지속된 사직야구장은 롯데 측과 협의를 통해 방향을 정하고, 연구용역추진 등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식만~사상간 도로(대저대교) 건설은 현재 환경영향평가 협의 중으로 최근 환경단체의 반대가 크지만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해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시에서는 실무추진단을 운영하고 12개 사업을 갈등사안, 정책결정사안, 제3자 연계안, 신속추진형으로 분류하고 특성에 맞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진행과정은 언론을 통해 수시로 알리고 필요한 경우 시민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 현안해결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것이며, 해결이 가능한 현안은 적극행정의 자세로 속도감 있게 추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미루고 미뤄 왔던 장기표류 12과제의 절반이라도 연내 결정의 실마리라도 제시한다면 부산시정의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생각된다.
<김영춘 시민시대 편집위원, 본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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