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179호로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에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등 교량건설 사업이 ‘뻥튀기 교통량예측’으로 환경시민단체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대저대교 최적노선 추진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해 말 부산시의 낙동강유역환경청 4개 대안노선 제안에 대한 사실상 거부 표명 및 교통수요량 추정에 관한 자료 미제공, 그리고 대저대교에 이은 엄궁·장락대교 추가건설 환경영향평가 신청 등에 반발해 ‘낙동강하구 추가 교량 건설계획 즉각 철회’를 내세우며 부산시와의 라운드테이블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범시민운동본부가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부산시가 낙동강하구를 통과하는 기존 교량의 정확한 교통수요량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을숙도대교를 비롯해 유료다리의 현재 통행량이 예측 통행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부산시가 이들 다리 건설업체에 매년 수십억 원의 최소영업수입보장(MRG)을 해주고 있어, 추가 다리건설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부산시청광장에서 ‘엄궁대교, 장락대교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건설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현재 낙동강 하구 일대 건설을 하거나 추진 중인 교량과 터널이 12개인데 이 중 엄궁대교와 장락대교, 대저대교는 문화재보호구역 내 핵심 지역을 관통한다. 시민행동은 기존에 설치된 을숙도대교 등은 예상 교통량이 모자라 해마다 수십억 원의 혈세를 물어주는 상황에서 새로운 다리 건설이 필요한지를 따지고 있다. 부산시가 라운드테이블에 제시한 2020년 기준 을숙도대교 일평균 교통량(24시간)은 4만4688대로 예상 교통량인 9만3600대의 47%에 불과했다. 예상 교통량 부족으로 운영사에 보전해준 세금이 점점 늘어 2019년에는 45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예상 교통량이 부족한 것은 을숙도대교만이 아니다”라면서 대동화명대교와 외곽순환도로인 낙동강대교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건립 추진 중인 대교의 예상 교통량 수요도 부풀려져 있다고 말한다. 시민행동은 “부산시는 낙동강 횡단교통량이 계속 증가해 2025년 73만6156대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뒤 점차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수치는 뻥튀기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기존 을숙도대교를 무료화하고, 대동화명대교 연결 산성터널과 낙동강대교를 무료화해 그 설계 용량대로 교통량을 감당하게 하면 향후 예상되는 교통량 증가를 해결하고도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21년 12월 16일).
그러면 시민행동이 주장하는 부산시의 ‘예상 교통량 뻥튀기 교량 건설 추진 행태’에 대한 팩트체크를 한번 해보기로 하자.
첫째, 부산시는 향후 부산시의 교통량이 증대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 부산시 전체 교통량은 늘어나기는커녕 2016년부터는 오히려 계속 감소하고 있다. [표 1]은 부산시 전체 교통량을 정리한 것이다.
2016년에 부산시 전체 교통량은 2016년 592만9542대(조사지점 84개소)이던 것이 2017년에는 583만7603대로 1.55%가 줄었다. 조사지점 90개소를 대상으로 한 경우 2018년 629만4936대이던 것이 2019년에는 624만4249대로 전년대비 –0.81%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604만9209대로 전년대비 –3.12%로 나타났다. 2018년에 비해 2020년에 부산시 전체 교통량이 24만5727대(약 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시 등록차량 수가 2016년 129만5316대였던 것이 2020년에는 142만9040대로 4년 동안 13만3724대(약 10%) 늘었음에도 부산시 전체 교통량은 오히려 4%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부산 인구는 2016년 354만6887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344만2633명으로 4년 동안에 10만4254명으로 약 3% 줄어들었으며 향후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건설계획에서는 향후 계속 부산시 전체 교통량이 급증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등 부산시가 추가 건설을 계획중인 낙동강 횡단교량 통행 교통량(06:00-20:00, 대/일) 추이를 보면 2016년에 비해 2020년에 7823대로 1.79% 증가하는 등 연평균 0.45%의 미미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낙동강 횡단교량 통행 교통량이 향후 5년 내에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 2]는 서부(낙동강) 교량 교통량 추이(06:00-20:00)를 나타낸 것이다.
낙동강 교량 전체 교통량을 연도별로 보면 7개 교량에서 2016년 총43만7636대인 것이 2017년 43만6871대, 2018년 44만1416대, 2019년 44만3639대, 2020년 44만5459대로 4년 동안 7823대로 1.79% 증가에 그쳤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부산시의 유료도로 교통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표3]은 부산시 유료도로 교통량 추이(06:00-20:00)이다.
참고로 부산시의 유료도로 교통량(06:00-20:00)을 보면 6개 도로 중 백양터널, 수정터널, 광안대교, 을숙도대교 5개 도로가 2019년에 비해 2020년 교통량이 –1.06에서 –6.52% 까지 감소했다. 특히 낙동강하구를 관통해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운동을 직면했던 을숙도대교(옛 명지대교)는 2019년 3만7729대에서 2020년 3만7329로 400대(-1.06%)가 줄었다. 부산항대교가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겨우 0.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유료도로 중 을숙도대교의 2020년 교통량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부산시가 제시한 낙동강 횡단교량 통행 ‘예상 교통량’(24시간, 대/일)은 실제 예상 증가치 1만2858대보다 12배 이상 많은 16만4688대 증가를 예상해 무려 15만대 이상 차이가 나는 ‘뻥튀기’ 자료이다. 부산시가 제시한 자료의 2025년 낙동강 횡단교량 예상교통량은 73만6156대다. 2020년 57만1468대 보다 16만4688대(28.82%)가 증가한 수치다. 실제 증가치인 연평균 0.45% 증가를 반영하면 2025년 교통량은 2020년 보다 1만2858대(2.25% 증가) 증가한 58만4326대로 부산시 예상치와 무려 12배 이상인 15만1830대 차이가 난다.
이는 추가 건설 예정인 하단-녹선경전철과 부전-마산간 복전철 개통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증가 추세가 2025년까지 그대로 이어지더라도 추가 교량 건설이 필요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미 을숙도대교가 교통량이 모자라 해마다 수십억원을 보전하고, 화명대교와 낙동강대교까지 교통량이 모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추가 교량 건설은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면서 한국 최고의 자연유산을 파괴하고, 대형 건설업체의 배를 불리면서 미래세대에게 비용부담을 강요하는 일이다. [표4]는 부산시가 예상한 낙동강 횡단교량 통행 교통량을 정리한 것이다.
대저대교 라운드테이블 TFT 회의 자료(부산광역시, 2021.12.16.)에 따르면 부산시가 예상하는 낙동강 횡단교량 현재 2020년 57만1468대가 2025년 73만6156대로 급증한 뒤 2030년에는 72만3930대, 2035년 17만7065대, 2045년에 68만5393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에 부산시 인구는 319만명으로 추정돼 2020년 344만명에 비해 약 7.3%(25만명)가 줄어들며, 2045년에는 2020년에 비해 약 21.3%(70만명)이 줄어든다. 게다가 2021년 8월 현재 20%인 초고령인구(65세 이상)가 2045년엔 4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관통해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을 무릎서고 2010년 2월 유료 개통된 을숙도대교의 통행량(24시간)은 일평균 4만4688대로 건설 당시 예상 교통량인 일평균 9만3천600대의 47%에 불과했다.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이 부산시를 상대로 ‘을숙도대교 통행량 및 통행비 보전금액’에 관한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 건설계획 당시 연도별 예측 교통량, 건설 계획 당시 차량 통행 부족시 통행비 보전 계획에 대해서는 ‘협약서 내용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의 규정에 의거 비공개 결정이 났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을숙도대교 건설 이후 연도별 차량 실제 총통행량을 일일 교통량(06:00~20:00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2010년(1만7088대) △2011년(1만7958대) △2012년(2만7763) △2013년(2만9363대) △2014년(3만1444대) △2015년(3만3864대) △2016년(3만4797대) △2017년(3만4927대) △2018년(3만4447대) △2019년(3만7729대) △2020년(3만7329대)이다.
정보공개에 따른 을숙도대교 건설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연도별 통행료 보전 금액을 보면 소위 MRG(최소운영수입보장) 협약에 따라 △2010년(6억7000만 원) △2011년(16억5900만 원) △2012년(20억9700만 원) △2013년(23억2600만 원) △2014년(24억6000만 원) △2015년(33억7700만 원) △2016년(39억2300만 원) △2017년(42억1200만 원)이다. 을숙도대교 개통 이후 부산시의 2017년까지 8년간의 공식 연도별 통행료 보전금액만 무려 207억2400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 통행료 보전의 기준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해주어야 하는지도 공개하지 않으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당초 1200억원 정도의 공사비를 예상해 착수했던 을숙도대교의 건설비는 총 4200억원으로 3.5배로 늘어났다. 대저대교의 경우 전체 사업비(8.2km) 3956억원 가운데 국비 1609억 원, 시비 2347억 원으로 시비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러한 데서 향후 부산시가 예상 통행량을 뻥튀기해서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를 추진한다면 이 3개 교량에 들어가는 예산만 1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낙동강하구의 교량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다. 부산시나 대형건설업체의 교량건설 물량이 부족한 뿐이다. 이러한 과거 을숙도대교 건설 당시 교통량 수요를 뻥튀기했다는 시민환경단체의 주장이 지난해 12월 2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최적노선 도출을 위한 1차 원탁회의’에서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마이뉴스(2021년 12월 17일)에 따르면 이날 ‘대저대교 도로노선 검토’를 발제한 정헌영 교수(부산대)는 패널의 질문에 “(과거) 을숙도대교를 건설할 때 (교통량) 수요를 뻥튀기했다”며 “수요를 뻥튀기 안 하면 건설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비싼 요금 부담은 물론이고 부족한 교통량 보전액까지, 부패한 공무원과 전문가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몫이 되었다”며 “예상 교통량이 부족한 것은 을숙도대교만이 아니다. 대동화명대교와 외곽순환도로의 낙동강대교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행동은 “을숙도대교를 추진했던 당시의 실무 공무원이 지금은 결제권자가 되어 똑같은 방식으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행동은 “엄궁대교와 장락대교, 대저대교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기존의 유료도로를 무료화하고 접속로를 개선하며 강서구민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면 교통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부담은 줄이면서 복지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천혜의 자연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부산시가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는 이처럼 건설 필요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도 없이 관행에 의해 지금까지 해온 토목행정의 연장일 뿐으로 ‘돈먹는 하마’이다. 시민의 혈세에 대한 감사원의 공공사업 감사가 절실하다.
낙동강하구는 부산의 미래자산이다. 이곳에 교량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예산낭비는 물론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의 핵심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부산시의 토건행정은 이러한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저대교에 이어 부산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엄궁대교는 큰고니 서식지 파편화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상실 미반영,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서식지 관통하고 있고, 장락대교는 서낙동강 문화재보호구역의 가장 핵심 서식지를 파편화할 우려가 크다.
그리고 이들 교량 건설은 부산시가 ‘구간쪼개기’를 통해 편법적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는 점에서 환경영향평가법의 개정이 절실하다. 엄궁대교는 ‘승학터널-엄궁대교-에코델타시티 내 도로’, 장락대교는 ‘북항-생곡간 도로건설’의 단일 사업임에도 구간쪼개기로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저대교에 이어 엄궁대교 장락대교도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계속하고 있음이 드러나 2022년 1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다. 엄궁대교는 맹꽁이, 대모잠자리 미관찰 혹은 누락에다 겨울철새조사 미실시가 문제가 됐다. 장낙대교와 관련한 부산시 용역보고서에도 ‘본 지역은 서식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으로 판단됨’ 으로 기술돼 있다. 부산시 스스로 다리건설 구간이 문화재보호구역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시의 이 같은 낙동강하구 교량 추가건설 추진은 부산시가 겨울철새 공동조사·평가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부산시는 범시민운동본부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의 4개 대안 노선을 부정하고, 기존의 부산시 안에 우회 시늉안(150m 우회, 현수교 높이 낮춤, 먹이터 조성)을 일방적으로 내놓았다. 환경부의 4개 대안은 모두 전략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잘못된 공공사업의 추진을 다른 국가기관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나몰라라는 부산시의 토건행정은 ‘생태감수성 제로’에 가깝다.
21세기는 더 이상 토건의 시대가 돼서는 안 된다. 부산시의 토건행정은 ‘생태감수성 제로’에 가깝다. 부산시의회도 이러한 시민환경단체의 문제 제기에 응답해 부산시 행정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언론도 더 이상 토건행정을 옹호하는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깨어있는 시민들이 표로서 부산시를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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