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은 경칩(驚蟄). 24절기인 경칩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 속에서 겨울잠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날이다. 그런데 요즘 도시에서는 개구리 보기가 쉽지 않거니와 건강한 개구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유는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에 ‘양서류 흑사병’이라고 할 ‘항아리곰팡이증(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양서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고리로 환경지표생물이다. 양서류가 멸종되면 인간도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201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학계에 알려진 전체 양서류 5743종 가운데 32%에 이르는 1856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남한에는 총 2목 7과 12속 20종의 양서류가 존재하는데 무미목에 무당개구리, 두꺼비, 물두꺼비, 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맹꽁이,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큰산개구리, 참개구리, 금개구리, 옴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14종이 있다.
‘개구리 떼죽음 내모는 항아리곰팡이 비상’이란 제목의 기사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7년 즈음이다. 한겨레(2007년 12월 12일)에 따르면 기이한 아프리카 토종 곰팡이가 세계로 퍼지면서 지구 개구리들이 떼죽음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 피부에 있는 ‘케라틴’ 성분을 먹고 사는데, 대부분 개구리가 이 곰팡이 병에 걸리면 피부 호흡 곤란 등으로 죽을 확률이 90%에 이른다. 항아리 모양을 한 이 곰팡이의 ‘항아리’ 안에 꼬리 달린 홀씨들이 다 자라면 하나씩 항아리 주둥이로 빠져나와 물속에서 숙주를 찾아 운동하다가 양서류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식으로 번식한다. 이 곰팡이는 1993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1990년대 파나마에서 재래종 ‘황금개구리’를 거의 멸종시키면서 악명을 떨쳤다.
박세창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2004년까지 한 해에 28㎞ 정도씩 퍼지면서 파나마 전역에서 황금개구리 90%가 절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논두렁 한 곳의 개구리가 한 해 동안 6만~7만 마리의 곤충을 잡아먹고, 개구리는 뱀의 좋은 먹잇감이기에, 개구리가 떼죽음을 당하면 그 피해는 사람한테로 2차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며 “야생 개구리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항아리곰팡이가 숙주가 없어도 3주 정도나 물속에서 생존하며 강력한 번식력 때문에, 일단 야생에서 번지기 시작하면 한 지역의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 양서류 수를 급감시킨 치명적 항아리곰팡이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2018년 5월 11일)에 따르면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한국 서울대, 미국 네바다대 등 공동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항아리곰팡이의 유전자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 곰팡이가 한반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애완동물, 의료실험용, 식용 등의 목적으로 인간이 개구리 등 양서류를 포획, 매매한 것이 이 곰팡이가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게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황소개구리가 미국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로 수입된 것처럼 한국에서 흔한 무당개구리도 유럽에 도입돼 야생에 서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006년 12월 일본에서 사육하던 개구리에게서 항아리곰팡이가 검출되자 일본야생동물의학회와 WWF(세계자연보호기금) 저팬 등이 ‘개구리 항아리곰팡이증 침입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그 뒤 ‘아사히신문(2007년 1월 28일)은 ‘항아리곰팡이증, 개구리의 위기는 사람의 위기‘라는 사설을 냈는데 개구리의 입장에서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써내려간 것이 재미있어 메모를 해놓았다.
‘개골개골, 큰일인걸. 우리들 개구리 일족과 양서류 동포들이 멸종 위기라고 하지 않는가. 항아리곰팡이증이라는 피부병이 지구 도처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 같아. 이 병에 인간들이 걸렸다는 보고는 없지만, 양서류의 치사율은 90% 이상이라고 해.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선언에는 놀랐어. 인간들은 최근 지구 규모의 전염병 대책에 열심이지만 이번에는 우리들 야생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줬거든. 그건 우리들의 위기가 모두의 위기가 될 거라는 점을 눈치 챈 것이 틀림없어. 우리가 줄어들면, 뱀이나 새도 함께 줄어들지. 반면에 벌레들은 엄청 증식될 거야. 그렇게 되면 생태계는 흔들흔들할 거고. 농사도 곤란해지지. 개구리가 싫은 인간도 무관하게 끝날 일이 아니지. 원래 이 항아리곰팡이증은 인간들이 만들어 확대시킨 것 같아. 이 진균류는 원래 아프리카의 어떤 개구리에 기생해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1930년대 이 개구리가 인간의 임신 판정에 사용되는 동물로 귀한 존재가 돼 수출이 증가했고 그 뒤 다른 개구리들에게 붙어 병을 일으키게 됐으며, 식용개구리가 감염을 확대시켰고, 최근 애완동물 붐으로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해. 야생 양서류를 애완동물로 사육하는 걸 조심하라는 말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 여하튼 이번에 인간들이 우리들을 지구의 동료라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준 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개골개골’.
매년 4월 마지막 주 토요일(올해는 4월 30일)은 미국의 환경단체 ‘SAVE THE FROGS(개구리를 구하자)’가 제안한 ‘세계 개구리보호의 날’이다.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2008년부터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처럼 양서류 표본개체들을 수집해 전염병 유행이 끝날 때까지 보호하는 ‘양서류 방주’ 사업(www.amphibianark.org)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양서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멸종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부활했다고나 할까? 개구리의 안녕이 곧 우리의 안녕과 연결된다.
올봄에 혹 개구리를 만나거든 인사하자. “반갑다, 개구리야~”.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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