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생태 이야기 (8) 철모르고 피는 개나리·진달래, 누구탓?

김 해창 승인 2022.02.22 16:54 | 최종 수정 2022.02.25 09:57 의견 0
언양의 야산 진달래 [사진=이득수]  

올해 개나리와 진달래는 평년보다 최대 5일 일찍 꽃망울을 터트릴 전망이란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주)는 2022년 봄꽃 개화 시기가 평년(1991~2020년) 평균과 비교해 3~5일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4일 밝혔다. 개나리는 평년보다 3~5일가량 빠른 오는 3월 1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3월11~19일)과 중부지방(3월21~31일) 순서로 개화하고, 진달래는 제주도(3월11일)·남부지방(3월15~24일)·중부지방(3월 24일~4월3일) 순으로 피어날 전망이다. 봄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일주일 정도이다.  

개나리와 진달래 개화시기는 2월과 3월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강수량과 일조시간이 평년에 비해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또는 개화 직전 날씨 변화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케이웨더는 2월 기온이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며 3월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가 많아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지난해 개화시기 관련 연합뉴스(2021년 4월 6일) 기사 제목은 ‘“진달래 한 달 일찍 활짝” 제주 3월 평균기온 12.9도…역대 최고’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1년 진달래는 평년보다 35일 이른 2월 24일, 개나리는 평년보다 19일 이른 2월 27일 개화했다. 개화 시기는 제주지방기상청의 표준 관측목을 기준으로 표준 관측목 한 가지에 꽃이 세 송이 이상 활짝 피었을 때 개화했다고 말한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점점 평년보다 앞당겨 피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보면 평균 기온이 5℃ 이상 일주일간 지속될 때 그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규정한다고 한다. 절기로 보면 춘분(3월 21일경)에서 하지(6월 21일경) 사이를 말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월 서울지역의 개나리 진달래의 개화시기를 10년 전과 비교하면 개나리는 약 17일(4월 13일→3월 27일), 진달래는 16일(4월 13일→3월 28일)이 빨라졌다. 최근에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노루귀, 변산바람꽃, 현호색 등 초봄에 피는 봄꽃의 개화시기도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고 한다. 

개나리는 생장속도가 빠르고 추위와 공해에 강해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 토종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명(Forsythia Koreana)에도 한국을 뜻하는 ‘코리아나’가 들어가 있다. 영어로는 노란 꽃이 황금 종 같다고 해 ‘골든벨(golden bell)’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유독 개나리가 철보다 일찍 꽃을 피우는 까닭이 뭘까.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고규홍, 2006)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듯, 식물들도 햇빛이 적은 겨울에는 영양분을 넉넉하게 만들어 내지 못하기에 잠을 자야 한다. 꽃을 피울 때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식물들은 겨울에 ‘낙엽산’이라는 독특한 성장 억제 호르몬을 분비해 꽃이 함부로 피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낙엽산이 추운 날씨에 어린 꽃눈이 얼어 죽지 않도록 비늘잎을 만들어 주면서 아주 조금씩 분해돼 겨울이 다 지날 때쯤 모두 없어지면 비로소 식물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개나리는 낙엽산이 적은 편이어서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낙엽산이 모두 없어질 경우가 많아 날씨가 추운 겨울에도 꽃 피는 경우가 있는 데다 특히 요즘처럼 이상고온 날씨가 계속되면 쉽게 일찍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개나리 [픽사베이]
개나리 [픽사베이]

진달래도 우리 민족정서와 잘 맞아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는 꽃이다. 학명(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은 복잡하지만 영어(Korean Rosebay 또는 Azalea) 이름에 ‘코리언’이 들어간다. 개나리가 주로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반면에 진달래는 약간 그늘지며 습기가 약간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가지가 많이 달려 가지치기를 해도 잘 자라며 추위에도 강하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우리 한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품고 있는 ‘우리꽃’이다. 

요즘과 같은 코로나시대엔 옛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개나리’ ‘진달래’가 한 때 건배 구호로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더 오래 전의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대신 ‘개·나·리’이다. ‘개(계)급장’ 떼고, 나이 잊고, ‘릴렉스’하자는 뜻으로 기분 전환을 하자는 회식용 건배 구호였다.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며 ‘진·달·래’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해창 교수
김해창 교수

기상청은 지난해 2월 전국 평균기온이 영하 2.8~영상 9.7℃로 평년보다 1.8~4.4℃ 높다고 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잎이 나는 시기는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7일, 2℃도 상승할 때 14일 정도 빨라진다고 주장하고 있어 봄꽃의 이른 개화를 잘 설명하고 있다(매일경제, 2009년 1월 13일).

철모르고 피는 개나리〮 진달래 등 애꿎은 봄꽃을 탓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것이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라니냐 현상에 기인한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작금의 잘못된 생산·유통·소비 행위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인류야말로 ‘어머니 대지’인 자연생태계의 중병에도 희희낙락하는 영원한 철부지에 불과하다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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