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지금부터 약 4년 전인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 초기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남북 화해무드는 온 국민에게 평화통일의 가능성과 설렘을 주었다. 이제 뭔가 세상이 달라지겠구나, 분열과 적대감으로 점철돼온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통일의 기운이 일었다.
그러나 얽히고 얽힌 남북관계는 결국 2020년 6월 북측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 폭파에서 본 것처럼 온 국민의 우려와 탄식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평화통일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쉽게 무너져선 안 된다. 2021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연설은 종전선언을 이끌어내자고 세계에 제안했고, 이어 10월에는 북한이 끊긴 남북연락 통신선을 연결하고 앞으로 잘 해보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 남북화해의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영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이러한 종전선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새해엔 한반도 평화의 꿈을 놓을 수 없다.
2018년 4월 27일을 생각하면 정말 꿈만 같다. 남북한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서로 오가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던 날. 나는 그때 유럽에 출장을 가서 어렵사리 판문점 선언 소식을 접했다. 이날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으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공식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판문점 선언의 내용은 크게 △남북 관계 개선과 발전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앞서 채택된 남북 선언들을 이행하고 남북 간 협력을 위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의 경제협력을 위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를 위해서는 먼저,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8년 5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이 중지되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가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과 관련한 내용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2018년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서로에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뒤 트럼프 미 전 대통령 당시 북미회담의 실패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남북한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한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이 얽혀있는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 종전선언 의미는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말하는 종전선언이란 완전한 종전을 이루기 위한 시작으로서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고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군의 대비태세와 같은 기존의 정전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문제다.
2021년 11월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됐지만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에 대해 대단히 만족한다”며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의 종전선언 의지는 존중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의 양제츠 정치국원은 한국의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간 냉전 양상에서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적인 의도로 읽힌다. 북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빌어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철회를 못 박았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미군 철수 우려를 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종전선언을 하면 그간 정전체제를 유지․관리해왔던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해체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전체제와 관련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기에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발사 등 최근 행태를 봤을 때 종전선언을 논의하기보다는 제재를 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보는 문재인 정부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입장이다.
2021년 12월 18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정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미․북․중 간 종전선언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한다고 밝힘에 따라 4자회담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통일부는 설령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하더라도 종전선언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는 3월 차기 대통령이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종전선언 논의가 중단될 수도 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의 사정은 좋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기회를 잡아야 할 주체는 우리 대한민국임을 잊어선 안 된다.
지난해 4월 대전지역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는 4.27판문점선언 발표 3주년 맞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6.15대전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반도 냉전종식과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에 대한 전 민족적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으며, 지난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상징하듯, 남북관계의 모든 신뢰는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권국가답게 당당히 남북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해 미국승인 없이는 단 하나도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사대굴욕적인 태도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6.15대전본부는 또한 “문재인 정부의 4.27판문점 선언과 남북합의 이행률은 거의 0%에 가깝다.”며, “남북관계의 근본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다시 20년 전 냉전시대로 회귀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덧붙였다[통일뉴스, 2021.4.17].
남북통일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도 넓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화통일 평화공존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 불렀으나 지금 세대는 ‘엄청난 통일비용’을 걱정하는 것 같다.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그만큼 가족과 혈연, 동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면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남북한이 평화공존을 이뤄야 한다는 데는 진보 보수나 여야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국민 67.8%가 찬성하는[2021년 9월 민주평통 여론조사] 종전선언 문제를 미국 백악관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미국 내 종전선언 반대론자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국민 76%가 북한핵무기 개발 유예를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미국에서 이른바 ‘안보장사’를 하는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종전선언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결국 평화통일은 평화공존이 우선 돼야 하고, 평화공존은 상호 신뢰에서 나온다. 상호신뢰는 우선 상호소통에서부터 비롯된다. 올 한 해 한반도의 화두는 종전선언과 남북평화체제 구축 여부일 것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점에서 2020년부터 남북한 평화를 위해 편지글 주고받기운동에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며 감동적이다. 주로 교사 출신인 이들이 뜻을 모아 시작한 이 운동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안타까운 심정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 국가보안법상 북한 주민과는 통일부의 사전승인 없이는 편지 한 장도 제대로 주고받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통일, 평화공존의 마음을 글로 적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이러한 것이 통일부를 통해 북한에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생태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기후위기로 대별되는 환경파괴는 대량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우리들의 탐욕을 줄이지 못한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환경파괴의 끝판왕은 전쟁아닌가? 전쟁은 죽음을 낳는 것으로 생명과 평화의 정반대이다. 그래서 환경을 지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생명 평화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고 자기 자신부터 이웃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가짐에서부터 나온다. 자연파괴는 자연생명을 하찮게 생각하는 성장지상주의와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국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평화통일 평화공존운동은 궁극적으로 생태환경운동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전쟁 발발을 막는 것은 남북화해이며, 남북화해는 남북의 불신을 서로 벗겨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편지 주고받기만큼 좋은 방책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2021년 3월 『꿈같은 편지를 씁니다』[북녘동포에게 편지쓰는 사람들 엮음, 예린원]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이 책은 서두에 ‘우리는 북녘동포에게 편지를 씁니다. 70년, 세상이 가져다주지 않은 평화, 못난 눈물, 작은 숨결로라도 우리가 써 보는 평화!’를 강조한다. 이어서 4월에는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4.27 판문점 평화선언 3주년 기념 평화통일단체가 함께 하는 북콘서트-꿈같은 편지를 씁니다’가 열렸다. 필자도 그 행사에 참여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
『꿈같은 편지를 씁니다』는 2020년 7월 부산 해운대 바보주막 세미나실에서 ‘해운대 지역 통일운동 이끌이모임’에서 이상석 씨[69, 전 교사,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전 회장]가 그해 6월 납북경제협력과 문화교류의 상징이던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소식에 충격을 받아 안타까운 마음에서 북녘동포들에게 편지쓰기운동을 제안한데서 1년 가까이 참여한 사람들의 편지글 140여 통을 모아 펴낸 것이었다.
이상석 선생은 “북녘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내세운 명분은 대북 전단 살포문제였다. 실제로 낮 뜨거운 사진과 글이 찍힌 전단을 보고 속 많이 쓰렸을 것이다. 북녘 인민들에게 정성을 담아 쓴 편지로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편지는 머리나 생각으로 쓴다기보다 마음을 열어 몸으로 쓰는 것이다. 몸소 편지를 써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실제로 분단 현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편지를 써보면 상대를 알게 되고,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서로의 다음을 인정하게 되고, 인정하면 존중하게 된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화해와 협력의 바탕이요, 거름이라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공외정 씨는 ‘아직 오지 않은 광복’이란 제목으로 편지를 썼다. ‘북녘에 계시는 나와 비슷한 또래 선생님이 이 편지를 받기 바라며 꿈같은 편지를 씁니다.’ 이 책의 제목이 이글에서 나온 것 같다. ‘저는 부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어요. (중략). 광복은 빛을 <되찾다>인데 우리는 아직 온전한 빛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반의 빛을 찾아주었다면, 나머지 반쪽 빛을 되찾는 건 우리 세대와 후대가 이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중략). 처음에는 이 편지를 북에 있는 누군가가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힘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해보자는 뜻에서 동참하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자 한 자 쓰면 쓸수록 꼭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답장을 해주었으면, 그래서 또 내가 답장을 보내고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져서 마침내 남과 북이 온전히 평화로운 세상을 우리 생전에 맞이하기를, 남쪽이 모자라는 부분은 북에서 배우고, 북쪽에서 힘든 일은 남쪽에서 배우면서 지금보다 행복하고 더 나은 세상 함께 만들어가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더욱 간절해집니다. (하략)-공외정’,
편지글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내용으로 썼다. △유점사 스님께[해광] △명태, 내가 다 팔아줄게[석태호] △평양산원에서 통일둥이를 받아보는 꿈 △백두산 천지에서 올린 부산 소주 한잔[이용학] △훈춘의 영능이 형님께[천병태] △강선 제강소 강태성 선생님께[조민호] △갈맷길을 나란히 걸으며[강현식] △같은 말글을 쓰는 안내원 동무에게[이상래] △삼일포 복남씨[정유철] △옥류관 안내원 동무에게[신영인] △대동강 맥주 딱 한 잔[최희정] △평양연극영화대학 정윤 감독님에게[김진원] △소월과 윤동주, 백석의 시를 좋아합니다[신정숙] △휴전선 평화통일 대행진 21일[김옥이] △수포자를 아세요[박미경] △형님이라 불러도 되디요?[윤지형], 대동강, 압록강을 ‘강강걸을래’[노영민]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이 소개됐다.
그날 북콘서트에 나온 중학교 2학년생 정진우 군의 편지글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안녕? 나는 남녘 부산에 사는 얼짱[얼굴 짱] 정진우라고 해. (중략).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난 해운대에 살아. 바다가 보이는 곳이지. 이곳 해운대 해수욕장은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없지만. (중략). 난 게임을 좋아해. 오버워치라든가 리그 오브 레드 같은 거 말야. (중략). 난 너희 말인 북한말이 너무 좋아. 너희들은 ‘우유’를 ‘소젖’이라고 하잖아. 이곳에는 바나나맛 우유 같은 게 있거든. 이걸 너희 말로 바꾸면 ‘바나나맛 소젖’이 되잖아. 너무 재미있어. ‘던킨 가락지빵’ 같은 말도 재밌잖아. 한자어나 외국어를 안 쓰고 순우리말로 바꿔 쓰는 게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어. 통일이 되면 언어 쪽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돼. 난 옛날에는 통일이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어. 내게 있어 통일은 피카츄나 돈가스보다 필요 없는 것이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아졌어. 통일만 될 수 있다면 누구보다 앞장설거야. 남북에 살고 있는 모든 누나, 형, 동생, 선생님, 어르신, 개, 고양이, 비둘기야 이제 화해하고 사이좋게 지내자. 같이 살면 더욱 활기찬 미래가 우리를 반길 거라고 믿어. 통일해서 나쁠 게 뭐 있겠어. 통일되면 우리 서로 친구로 잘 지내자-남녘에 사는 얼짱, 진우가’.
다른 사람들의 편지글을 읽다보니 나도 북한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누구에게 쓸까? 고심 끝에 김책공대의 환경공학과 ○○○교수에게 써보기로 했다. 북한의 학자들은 지금 기후변화, 탄소중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이다.
‘○○○교수님, 저는 남조선 부산에 있는 경성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김해창입니다. 초면에 편지를 쓰기는 참 쉽지 않지만 그래도 교수님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대학에 오기 전에 기자생활, 특히 환경전문기자를 좀 오래 했습니다. 1990년대 초 대구경북지역의 페놀오염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두산불매운동이나 대구위천공단의 문제점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낙동강하구를 비롯한 습지 보전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지요. 그리고 나서 시민단체 활동가를 거쳐 10여 년 전 지금의 경성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제 관심사는 저탄소사회 만들기입니다. 2015년 부산지역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노후화된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범시민운동에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해 박근혜 정부가 영구폐쇄 결정을 내리게 했지요.
○○○교수님, 지금 북조선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탄소중립 정책은 어떠한가요? 저는 20여 년 전 북한의 민둥산 관련 자료를 보고 많이 안타까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한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살리기라는 명분의 국책사업을 벌여 진짜배기 강산을 마구 파헤치고 환경을 파괴시킨 문제가 있었지요. 지금은 그때 만든 보를 개방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1인당 배출량은 남한이 지금 세계 7위입니다. 그만큼 소비, 낭비가 많다는 것이죠. 오히려 북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자원이 부족하기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는 후순위의 문제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나 지구의 미래를 보아 북조선에서도 앞으로는 석탄 석유화력발전은 점차 중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지요.
이런 면에서 한국환경연구원KEI의 2021년 11월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산림을 복원했을 때 2050년 한반도 전체 산림에서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이 연간 4760만∼5200만 t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어요. 즉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사라진 산림 220만 ha를 복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북한의 산림 총 1450만 ha에서 흡수할 수 있는 양이지요. 이것은 남한 정부가 확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산림, 습지 등으로 흡수하겠다고 밝힌 양[2530만 t]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남한에 소개된 북조선의 노동신문도 2021년 9월 ‘당의 경제정책 집행에서 제일 우선적인 중심과제’라는 기사에서 “최근 연간 이상기후 현상은 위험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마다 그 영향을 받는 상황은 국토사업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저탄소사회 만들기에 대한 동향을 좀 더 알고 북남이 지구온난화대처 시나리오를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북한의 환경 관련 교수들도 학회를 통해 좀 더 소통하고, 학문적으로 교류를 하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 주말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사실은 개인 생활도 궁금합니다. 취미는 어떠한 것인지요? 저는 요즘에는 가끔 탁구나 테니스를 즐깁니다. 나이도 예순이 넘어 이제 건강에 신경을 더 써야 할 때지요. 아무튼 앞으로 남한의 통일부를 통해서든지 이러한 편지쓰기가 널리 퍼지면 평화통일을 이루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교수님, 건강에도 유의하십시오. 부산에서 김해창 드림‘
새해에는 이 같은 남북 간의 사랑의 편지주고받기운동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그 전에 우리부터 북녘동포에게 편지쓰기운동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처음에 “북녘동포에게 편지 쓰자”는 말을 들었을 땐 막연하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 ‘국군장병아저씨께’ 편지쓰기하던 느낌이 들어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쓸까 고민하다보니 상대를 찾게 되고, 편지야말로 사랑이며 남북화해를 위한 강력한 무기임을 느끼게 됐다. 우리가 먼저 북녘동포에게 사랑고백을 편지를 통해서나마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남북화해를 위한 평화통일 글쓰기 편지교류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북녘동포에게 편지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편지글을 보내려면 koreletters@gmail.com이나 손편지로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순환로 237 세실빌딩 301호 북녘동포에게 편지쓰는 사람들 귀중’[051-747-5099]으로 보내면 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기에.
※ 본 기사는 본지 협업매체인 <시민시대>에도 실린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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