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영화의 전당 7층 소극장에서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 영화를 봤다. 이날은 영화가 끝난 뒤 영산대 웹툰영화학과 주유신 교수와 내가 영화토크를 하게 돼 있었다. 약 1시간40분 영화 상영 내내 나는 찔끔찔끔 눈물을 흘리며 찐한 감동을 느꼈다.
제16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7.5~12) 초청작으로 영화제 공식 책자에 소개된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환경문제를 주로 다루는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진작가인 나탄 그로스만의 97분짜리 작품으로 2020년에 개봉됐다. “어째서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까?” 기후변화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그녀가 쏘아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 가고 있다.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 700만을 움직인 그녀의 외침에 주목하라!
토크를 위해 사전에 영화를 한 번 보았고, 그레타 툰베리 관련 책도 좀 읽었다. 그레타 툰베리의 풀네임은 ‘그레타 틴틴 엘레오노라 에른만 툰베리’이다. 이렇게 길다니.
이날 토크를 함께 한 영산대 주유신 교수는 이 영화를 추천한 프로그래머이다. 프로그래머 노트에 주 교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자였던 십대의 그레타 툰베리. 소비만을 추구하는 사회, 발전만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이 지구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그녀. 이 영화에서 우리는 오늘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그녀의 간절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자동차나 지하철 또는 기차(역), 그리고 공항이 나온다. 한 도시로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로 교통수단이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해양영화가 아닌데도 시작과 끝이 엄청난 파도를 가르고 달리는 요트 항해이다. 그것은 그레타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 타기를 꺼려 태양광 요트로 14일간의 힘든 여정을 택한 것이다. 나도 이날 영화의 전당에 가면서 평소라면 자가용을 타고 갔겠지만 그레타의 요트 횡단이 생각이 나서 한 시간 전 쯤 운동화를 신고 남천동 집을 출발했다. 근데 영화의 전당 도착 10여분 전 민락교에 이르자 그만 운동화 밑창이 떨어져 슬리퍼처럼 딸딸 소리가 났다. 대략 난감해 영화의 전당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혹시 집에 본드 있으면 영화 보러올 때 좀 가져올래?” 부탁을 했다. 나중에 그 친구는 자기 운동화를 종이백에 넣어와서 내게 건너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영화 속에서 본 대서양 요트 횡단은 이미지가 강력했다. 툰베리는 뉴욕을 향해 거친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요트 안에서 이러한 상황이 “마치 꿈 같다. 영화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카메라 셔트 세례를 당하는 와중에 혼잣말로 “내가 롤 플레잉(Role Playing)의 주인공 같다”고 말한다. 툰베리는 기후위기시대의 세상이라는 영화 속에 어느덧 주인공으로 우뚝 서있는 것이다. 툰베리는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며, 일상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스스로 짊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담대하게 실천을 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툰베리는 선지자의 모습을 보인다. 이 시대 각국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을 꼬집으며 마치 동화 속의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바른 말을 하는 유일한 아이이다. 스틸 컷에서는 툰베리 얼굴이 마치 그림 속 모나리자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라는 유명세와 함께 악플이나 일부 정치인, 방송인의 조롱 섞인 발언에다 협박편지까지 받은 툰베리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 하지만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 영화는 2018년 8월 툰베리의 국회의사당 1인 시위에서부터 2019년 9월 뉴욕 환경정상회의까지의 1년여 간의 기록이다. 2018년 8월 20일 우리나이 16살 중3 나이인 툰베리는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결석’이라는 피켓을 내걸고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이때 행인들은 두 가지 반응은 보인다. “얘야,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여기 와 있으면 어떻게 하냐? 아이구야”. 반면에 “너 왜 여기 있어? 옆에 안아도 돼?” 이렇게 해서 툰베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면서 툰베리의 행동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외침을 들어주는 사회였기에 가능했다.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산업재해, 음주운전, 성폭력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심지어 죽음으로 호소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게 문제다. 툰베리의 1인 시위는 그해 9월 9일에 있을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래서 툰베리가 친구들과 나선 것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였다. 매주 금요일 시위는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약 700만명, 지금은 전 세계 170여 개국 1400여만이 이 행동에 참여할 정도로 그 수가 늘어났다.
어떻게 해서 툰베리가 ‘기후의 전사’가 됐을까? 툰베리는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아스퍼거 증후군, 거식증, 선택적 함묵증과 같은 장애를 보였다. 그런데 툰베리가 지금과 같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장애를 인정하고 배려해온 가족의 힘이 크다. 장애가 있었지만 이를 오히려 ‘특별한 아이’로 만든 가족사랑이 바로 환경실천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놀랍다.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2019)은 그레타 툰베리 가족이 함께 쓴 책이다.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는 연극 배우였지만 연극 일을 그만두고 가사전담을 하며 딸 그레타를 돌봤다. 엄마인 말레나 에른만은 스웨덴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지만 그레타의 요청으로 비행기를 타는 해외공연을 나서지 않는다. 동생 베아타도 ADHS(주의결핍 및 행동장애)를 앓기도 했지만 댄스와 음악은 경연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예술감각을 갖고 있다. 그레타 가족은 조부모때부터 인류애를 높이 치며 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가족문화를 갖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가족은 2015년 시리아 난민 가족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별장에서 살게 했다. 이런 점에서 툰베리 가족은 장애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던 툰베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툰베리는 어느덧 자신의 장애를 자신의 개성이자 장점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툰베리가 환경, 특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학교 교육이었다. 그레타는 8살 때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곰이 굶어죽고,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쓰레기섬의 영상에 충격을 받아 육식을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툰베리는 책벌레라고 할 정도도 책 읽기를 좋아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지식을 많이 습득했다. 그런데 지구를 집에 비유하자면 집에 불이 났는데도 어른들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 분개하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의 언행불일치, 위선, 안이한 인식 및 태도에 엄청난 실망을 했고, 지도자에 대해서는 공분을 드러냈다.
어느 날 툰베리는 집에서 육식을 거부하고, 항공여행을 하지 말자고 엄마 아빠를 다그친다. “아빠랑 엄마 같은 유명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우주의자가 다문화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아요.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사치를 포기한 유명인이 누가 있느냐”고 부모를 몰아세웠다.
이에 엄마 말레나는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공연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다. 2015년 말레나의 일본 공연이 끝이었다. 그레타는 스웨덴 스톡홀럼에서 일본 도쿄까지 왕복 비행기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 5.14t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kg의 소고기를 생산 가공 판매 조리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26kg 발생한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스웨덴-일본 왕복비행이인도 국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7t의 3배, 방글라데시 0.5t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참고는 스웨덴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t으로 세계 8위이다. 우리나라는 12t으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에 대해 알아 보아요’라는 책을 보면 우리 인간이 1km를 걸으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0g인데 승용차는 150g, 버스 600g, 고속철도 1만g, 비행기 4만g이 나오고, 대형 크루즈선은 무려 20만g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100g을 1피코(Pico)라고 하는데 이것은 텔레비전을 10시간 시청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그러면 노플라잉(No-flying)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스웨덴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 항공수요가 4% 줄어들었고, 철도 이용이 5% 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툰베리가 육식에서 채식으로 돌아선 데는 세계농업기구(FAO)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FAO가 발표한 2006년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 축산업이라고 했지만 2009년 FAO가 수정 발표한 자료를 통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에서 나오며 교통수단이 13%를 차지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본 생태영화 제작자로 유명한 황윤 감독의 ‘육식가족의 딜레마’ 생각이 겹쳤다. 이제 동물도 개 고양이 말과 같이 인간과 교감이 잘 되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소 닭 돼지 등 소위 축산업의 대상이 되는 사육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기업형 밀폐식 축산에서 벗어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점에서 학교 환경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학교교육은 입시 외엔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체육 등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과목은 뒷전이다. 영화를 보면 툰베리가 자기 집 반려견인 검은 개 록시의 털을 빗겨주며, 심지어 대서양 요트 횡단을 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교감하는 모습이 여느 여학생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아스퍼거 증후군 치료를 위해서 그랬는지 승마장에 가서 말을 타고 말을 껴안고 쓰다듬고 말의 눈과 마주치면서 동물에 대한 사랑, 생태적 교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기후위기시대 우리 학교교육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 즉 사람과 사람, 자연과의 교감, 공감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장애인을 대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학생에게 대하는 자세가 달라야겠다. 이 영화를 보다보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이는 그 특징을 잘 살려 지식을 늘려주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해나간다면 그것은 툰베리처럼 장애가 아니라 장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개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제32회 도쿄올림픽(7월 23일-8월 8일)과 제16회 도쿄패럴림픽(8월 24일-9월 5일)이 있는데 이제는 패럴림픽도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하계 올림픽 안에 포함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패럴림픽도 초창기에는 별도로 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겠지만 이제는 마치 백인 흑인이 별도의 통학버스로 다니는 것과 같은 차별 느낌이 든다. 패럴림픽 종목 가운데 장애인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고 하는 농구 탁구 양궁 등이 많다. 이 경우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휠체어 경기를 일반 올림픽 종목에 넣어 실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키 종목이 있고 아이스하키 종목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그레타가 그간 익힌 내용 가운데 전문가 수준의 용어인 알베도효과, 킬링곡선과 같은 어려운 말도 나온다. 알베도효과(Albedo Effect)는 오염된 먼지와 가스 등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고 층을 이루어 대기온도가 오르거나 떨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을 말한다. 킬링곡선(Keeling Curve)은 1958년부터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양을 나타낸 그래프로 이를 측정해온 대기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밖에 그레타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이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기후정의(Climate Justice), 1.5℃의 의미 등을 강조한다. 탄소예산은 평균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막겠다고 하였을 때, 2011~2100년까지 허용되는 전지구적 탄소예산은 1000Gt으로 추산되는데매년 50Gt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부터 계산하였을 때 탄소예산은 420Gt에 불과하다(66%의 확률). 앞으로 8~10년 밖에 시간이 없다. 정말 지구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에 기성세대, 세계의 지도자들은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히 최근에 캐나다에서 폭염으로 6월 25일부터 약 보름간 700명이 돌연사했고, 미국 오리건에서는 95명, 워싱턴주에는 3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현재 4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IPCC는 2021년 6월 보고서에서 0.4도가 상승하면 전 인류의 14%가 5년에 한번 심각한 폭염에 노출된다고 한다. 온도와 습도를 종합한 습구온도가 35℃를 넘으면 건강한 성인도 무제한 식수 공급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15년 인도 파키스탄의 습구온도가 30도였는데 4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툰베리는 실천을 넘어 제도 개선을 원한다. 툰베리는 생활 속에서 수수함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외면을 내면보다 중요시하는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영화 속에서 EU회의의 융커 위원장이 연설할 때는 툰베리와 몇몇 환경운동가들은 헤드기어를 벗어던진다. “유럽의 변기를 친환경적으로 통일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세계 지도자의 말이 이 절박한 기후위기를 너무나 안이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는 소위 그린워시(Green Wash)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러한 그린워시의 대표적인 것이 녹색비행, 청정석탄, 이산화탄소포집 및 저장(CCS) 같은 걸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그런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사회는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린워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녹색’인 그린워시는 재생에너지 보급에서도 나타난다. 적절하지 않은 산지에 태양광패널을 대대적으로 까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진짜 재생에너지비율은 현재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심 공장 인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을 하지 않고, 산이나 염전, 농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한다. 나무심기라는 미명으로 탄소흡수 용적률이 높은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작은 묘목을 심는 어리석은 일을 산림청이 탄소중립대책이라 내놓고 있다. 고속도로 주변이나 도로 경사면, 방음벽, 방음터널에 태양광을 설치해 가능하면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정작 전기가 필요한 도심부터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고 최병성 목사는 절규한다(녹색평론 2021년 7-8월호).
툰베리는 “나이가 들어 돌아봤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말 우리는 이 사회에 어떤 책임을 지는 사람인가?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나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정말 워즈워스가 말했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들어온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새롭게 뭘 하는 걸 RE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3R, 재이용, 재활용, 리사이클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학자 세르주 라투슈는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책에서 ‘명료한 탈성장의 선순환’을 위해서 8R을 강조했다. 재평가(reevaluate), 재개념화(reconceptualize), 재구조화(reconsructure), 재분배(redistribute), 재지역화(relocalize), 감축(reduce), 재사용(reutilize), 재생(recycle)이 그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러한 지구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를 실천하며, 제도화하는 노력, 이 3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는 무엇보다 인생관, 자연관, 종교관이 매주 중요하다. 사회를 보는 눈, 자연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도 제대로 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를 하는 ‘절전소’를 많이 지어야 하고, 이러한 것이 제대로 개인에게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오가게 해야 한다. 이 점에서 토마 피케티의 논문 ‘탄소와 불평등-교토에서 파리까지’(2015)를 보면 소득과 마찬가지로 탄소 소비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그 중 한 사례로 비행기를 탈 경우 1등석과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에 각각 100만 원, 20만 원, 4만 원 정도의 탄소세를 물리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앞으로는 각국의 평균 이산화탄소를 계산해 이것을 사고 팔수 있는 ‘개인 탄소권 배출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가령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더 많은 탄소세를 내고 자동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교통수당을 주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 토크를 하면서 한 관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쓰레기는 자기 지역에서, 예를 들면 강남이면 강남에서 처리하고, 정말 원전이 필요하면 서울에 지으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것이 잘못돼 있어요. 전기가 거의 필요 없는 지역에 원전을 짓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해서는 안 됩니다”. 기후정의는 또한 지방분권의 문제이기도 했다. 정말 지금이야말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삶,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의 눈에서 툰베리의 레이저눈빛을 받으며 사는 못난 어른들이 되어선 안 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책임감과 부채의식이 어깨를 짓눌렀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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