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초고층 빌딩, 특히 초고층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고층 주거환경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고, 관련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도시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건축법과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층아파트는 층수가 30층 이상이고 높이가 120m 이상일 경우를, 초고층 아파트는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인 건물을 말한다. 현재 세계 최고층 아파트는 2015년 지어진 미국 뉴욕의 89층짜리(426m) ‘432 파크 애비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11년 지어진 ‘두산 위브 더 제니스 타워-A’가 80층(301m)으로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아파트로 기록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20층 이상의 고급 아파트를 ‘타워맨션’이라고 하는데 오사카의 부동산업체인 ‘프리미엄 부동산’은 타워맨션의 장점과 함께 ‘고층아파트 증후군’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https://www.tower.ne.jp/タワーマンションによる高層階症候群). 고층아파트 증후군에 대한 소개는 이러하다.
첫째, 컨디션 불량이다. 현기증, 이명, 불면증이나 관절통, 요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특히 50층 이상의 주거 장소에 그런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유산·사산의 비율이 높아진다. 도카이(東海)대 의학부 아이사카 후미오(逢坂文夫) 교수의 연구 결과 유산·사산의 비율은 1~2층에서 6%, 3~5층에서 8.8%, 6층 이상에서 20.88%로 높이에 따라 증가한다. 영국에서는 4층 이상, 스웨덴에서는 5층 이상에서의 육아가 금지되어 있다. 컨디션 불량이나 높은 유산·사산율의 원인으로 고층아파트의 면진(免震) 구조를 든다. 지진의 심한 흔들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크게 천천히 흔들리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흔들림이 오래 지속돼 고층으로 갈수록 지진 이외에도 태풍 등을 느낄 수 있기에 신체가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회사가 자사 홈피에 ‘타워맨션 거주는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여놓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일본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뉴타운의 주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이나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하는 모임’ 등이 ‘고층아파트에 사는 위험성’에 대한 문제점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이들 모임이 정리한 고층아파트 증후군의 증세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들의 성장 장애 가능성이 있다. 베란다에서의 추락사고 증가, 운동신경 발달장애나 더위·추위에 대한 저항력 부족, 발달 지연 및 자립성 부족 또는 고소공포증의 반대인 ‘고소 무감각증’이 생길 수 있다. 아파트 밖에서 노는 절대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둘째, 고층일수록 진드기가 많이 발생한다. 요시다 미도리(吉川翠) 등의 『실내오염과 아토피』(1999)는 20층 이상에서는 창을 잘 열지 않기에 실내온도가 높고, 겨울에 결로(結露)현상이 생겨 진드기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안방 바닥 1㎡당 진드기 수가 5층 이하평균 5~30 마리에 비해, 22층 이상은 35~120 마리로 훨씬 많았다.
셋째, 고층 아파트에선 배멀미 같은 느낌을 받거나 기압 저하로 편두통 등이 올 수 있다. 기압은 100m(아파트 30~35층 높이)마다 24hPa(헥토파스칼) 낮아지는데 저층의 기압이 1010hPa일 때 35층에 사는 사람은 986hPa가 돼 중급 태풍 주변의 기압을 느끼게 된다. 아파트 최상층의 경우 강풍이 불 때 힘이 건물에 직각으로 미치기에 상하로 흔들리게 돼 민감한 사람은 멀미를 느낀다. 일본 오사카의 45층 아파트의 고층용 엘리베이터는 최고 분속 150m로 기압차로 인해 사람에 따라 이폐감(귀먹먹함)이 나타날 수 있다.
시라이시 타쿠(白石拓)의 『고층아파트 증후군-모두의 리뷰(高層マンション症候群 みんなのレビュー)』 (2010), 아이사카 후미오(逢坂文夫) 등의 『무서운 고층아파트 이야기(コワ~い高層マンションの話)』(2010)는 고층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일본의 ‘건축규제 완화’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사키 아쓰지(榊淳司)의 『한계의 타워맨션(限界のタワーマンション)』(2019)는 △대규모 수리 △재난위험 △육아환경 △건강영향 △자산가치 등 모든 면에서 타워맨션은 한계에 와 있고, 일본의 경우 2037년 몇몇 타워맨션은 폐허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https://ja.wikipedia.org/wiki)’도 ‘초고층 아파트 증후군’으로 △장주기 지진동(地震動)과의 공진(共振) 가능성 △건강면 △교육면 등을 소개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의 고유 진동 주기가 저층 건물에 비해 길기에 지진동 주기가 긴 해구형(海溝型) 거대지진의 지진동과의 공진 가능성과 함께 ‘고층난민(高層難民)’ 발생도 우려된다. 아이사카 교수의 연구결과 고층에 살면 여성의 유산율이 높아지는 것 외에도 아이가 저체온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10층 이상에 사는 아이들은 외출이 줄어 30% 이상이 저체온아로 조사됐다. 고층에 사는 아이의 경우 오감에 대한 자극이 너무 적어 체험부족으로 사물 인지능력이 지체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국내 웹진 ‘브런치’에 소개된 ‘도시계획 실무 노트’(https://brunch.co.kr/@newurban/147 2018.5.21.)의 ‘고층아파트 거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 잇달아’라는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캐나다 성미카엘병원 응급의료연구실이 2007~2012년 토론토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심장마비) 환자 8,216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층 이하 거주자의 생존율이 가장 높고 25층 이상 거주자의 생존율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장두석 (사)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회장은 자료집 「생활과 건강」(2012)에 ‘인간은 땅의 기운을 받으며 생활해야 건강하다. 땅의 기운은 대략 나무들의 높이까지 미친다고 보면 9m 내외인데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들이 많으니 이 또한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시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초고층 아파트의 주거환경과 건강문제, 재해대책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나 언론보도가 전혀 없다. 이제부터라도 고층아파트의 주거환경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심도 있는 연구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遺患)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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